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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범죄심리학자 “신림동 사건 ’성폭행 의도 없었다’ 진술 신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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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교수 라디오 출연, “결국 여성이 범죄 목적으로 추정돼”
한국일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30일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신림동 강간미수범 CCTV 영상' 속 남성 A씨의 행동을 분석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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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퍼진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사건 가해자의 “성폭행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박이 나왔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30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A씨가) 자수해서 차라리 성범죄 의도가 없었다고 하는 게 자신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해 자수를 해서, 형량이 줄어드니까, 그래서 성범죄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성 A씨는 28일 오전 6시 2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에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가 집에 침입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남성은 경찰이 자신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29일 오전 7시쯤 112 신고로 자수 의사를 밝혔다. 이 교수는 남성이 자수한 데에도 이유가 있다며 이는 “자기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범죄 의도가 없었다. 술에 취해 따라간 것 뿐”이라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신뢰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황적으로 가택 침입에는 그 행위를 해서 얻고자 하는 게 있었을 것”이라며 “’왜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리느냐’ 결국 여성이 범죄의 목적이라고 추정되지만, 이를 입증할 행위가 없기 때문에 결국 주거침입죄를 적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가해자(A씨)의 행동을 봤을 때 과거에도 혹시 이런 유사한 행동을 했을 거라는 의심이 든다’고 말하자 이 교수는 “굉장히 개연성이 높다”면서도 “성범죄 전력이 있다고는 해도 지금 성범죄와 연관된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어 그런 죄명(성범죄 관련 혐의)을 적용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스토킹’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엔 지금 스토킹 방지법이 없고, 가해자가 다시 시도하거나 보복하면 누가 막아줄 건지 문제”라며 “외국의 경우, 이런 식으로 극도로 공포심을 느낄 만한 성범죄 목적이 추정되는 스토킹의 경우 징역형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피해자가 불안하다면 대안을 자구책으로 찾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피해자 보호 명령을 법안에 포함하면 경찰이 피해자를 보호해줄 수 있게 만들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현재로선 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이 알려진 뒤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무단 침입하거나 이들의 집 근처를 서성이는 남성들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28일부터 시작한 이 청원에는 30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6만2,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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