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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생생확대경]`검사스럽다`는 오명을 벗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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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盧정부와 文정부 2년차의 봄 `묘한 닮은 꼴`

檢 독립성·국민기본권 보호 명분에도 진정성 의문

`MB·박근혜정부 10년간 뭐했는지` 비판 못 피해

檢 독립성 스스로 쟁취해야…남탓 아닌 내탓부터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묘하게 닮았다. 지금부터 16년 전인 지난 2003년의 봄과 출범 2주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봄.

당시 대통령과 전국 검사들 간의 대화에서 “검찰이 바로 서려면 무엇보다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던 평검사들의 주장은 16년이 지난 올 봄 “옷 말고 흔드는 손을 보라”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목소리로 변주됐다.

판사 출신에 검찰총장 보다 사법시험 기수가 11회나 낮았던 여성 법무부 장관은 최근 `다리를 꼬고 앉았더니 경고 메모가 왔었다`고 회상했고 교수 출신인 현 장관은 “장관의 말대로 라면 검찰은 입을 닫아야 한다”는 항명과 마주했다. 참여정부 땐 파격적인 인사 단행을, 지금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문제 삼으며 반발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비(非)검찰 출신 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으로 있다는 점 역시 공교롭다.

그때나 지금이나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국민 기본권 보호를 똑같이 내세우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돌아보건데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정부에 대한 검찰의 이런 반발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보수정권 시절 검찰에 대한 인사는 정당하고 합리적이었으며 정치적 중립성은 지켜졌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펴낸 검찰 보고서의 제목에 잘 나타나 있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 4년은 `빼앗긴 정의, 침몰한 검찰`로, 앞선 이명박 정부 5년은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할 정치검찰`로 각각 표현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 부패·불법에 대한 부실 또는 면죄부 수사 사례 몇 가지만 들자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정윤회 국정개입의혹 문건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의혹 △4·16 세월호 참사 책임규명 등이다. 검찰 및 법조계 비리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식 부실 수사 역시 숱하다.

같은 잣대로 보자면 그 시절 검찰에 대한 인사권 행사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과연 뭘 했나`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정이 이러하니 검찰 출신 의원조차 ”왜 이전에는 (용기를) 내지 못했는지, 왜 이 시점에서야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지 진정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핀잔을 준다. 임은정 부장검사의 말처럼 정치적 중립성 독립은 누가 시켜주는 게 아니고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며 지금과 같은 용기로 불의와 맞섰다면 이명박 정부의 전횡,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등은 싹을 틔울 수 조차 없었을 것이다.

작금의 상황이 현 정부가 검찰에 갖고 있는 깊은 불신, 참여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악연 때문이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검찰의 환골탈태는 요원한 일이다. 변화는 남 탓이 아닌 내 탓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검사스럽다(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 없이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는 데가 있다)`는 오명을 이제는 벗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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