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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코오롱 ‘인보사’ 끝내 국내 허가취소…뿔난 환자들 ‘손해배상’ 제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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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102940)이 지난 2016년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국내 허가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성분 자료가 ‘허위’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성분 변경에 따른 부작용은 확인된 바 없지만, 2017년 7월 허가 이후 국내 투약환자만 약 4000명에 달해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조선비즈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8일 충북 오송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오전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 성분 변경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식약처는 28일 충북 오송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 성분 변경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허가 당시 신장세포가 아니라는 증거로 제출한 자료가 허위였다"면서 "오늘자로 인보사의 국내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우석 대표를 형사고발한다"라고 말했다.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는 주사형태로 1액(연골유래세포)과 2액(TGF베타+연골유래세포)으로 구성된다. 식약처 허가심사에서 허위 자료 제출로 문제가 된 것은 2액이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올해 3월 인보사 2액 성분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로 확인된 사실을 밝히고 판매를 자진 중단했다.

식약처는 이 같은 사실을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통보받아 4월부터 식약처 자체 시험검사를 진행했다. 또 5월 중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이자 인보사의 첫 제조가 진행된 미국 코오롱티슈진을 방문해 성분 변경 경위와 진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 허가심사 자료에 1액과 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한 내용을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2액이 1액과 같은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려면 1액과 2액의 단백질 발현 양상을 비교·분석해야 하는데 엉뚱한 자료를 섞어 놓은 것이다.

특히 식약처가 2액의 최초세포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신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 유전자 ‘gag’과 ‘pol’이 확인됐다.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신장세포가 아니라는 증거로 제출한 자료가 가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7월 인보사 국내 허가 전 2액 세포에 삽입된 TGF베타 유전자 개수와 위치가 변동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관련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TGF베타는 연골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2액 세포에 도입한 유전자다.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는 의약품의 품질과 일관성 차원에서 중요한 정보로 변경 시 의약품허가기관에 이를 고지하고 허가사항 변경 등을 협의해야 한다. 문제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아직까지 2액이 신장유래세포로 변경된 경위와 이유에 대해 과학적 근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석연 바이오생약국장은 "미국 현지 실사 과정에서 일부 자료를 공개 거부하는 상황이 일어나는 등 성분 변경이 바뀐 경위와 이유를 입증할 수 있는 일체 자료를 요구했으나 회사측이 주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제품.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코오롱생명과학의 거짓말이 드러난 만큼 환자들은 인보사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형사적·도의적 책임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검찰 수사는 물론이고 거액의 환자 피해배상 소송도 예상된다.

식약처는 아직까지 인보사 투약 환자 가운데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은 만큼 의약품 안전성 문제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관절 통증 개선과 기능 개선 등 기존 국내 허가에서 인정한 유효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이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는 임상시험 참가자 145명을 포함 3922여명이다. 환자당 1회 주사 비용은 약 700만원 선. 법무법인 오킴스는 인보사 투여환자 244명을 대표해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이날 오후 4시30분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한다.

오킴스는 지난달 중순부터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인보사 투여 환자를 모집해왔다. 그 결과 375명의 환자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이날 인보사 조사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1차로 소송 관련 서류가 완비된 환자를 중심으로 먼저 소장을 접수하기로 했다.

오킴스 소송 규모는 위자료와 함께 인보사 주사제 가격 등을 고려해 총 25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식약처에서 공식적으로 인보사 허가를 취소하면서 재판 진행 과정에서 손해배상청구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식약처 인보사 허가 과정을 둘러싼 의혹도 추가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환자단체는 주성분이 바뀐 인보사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이 이를 고의로 은폐했는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엄태섭 오킴스 변호사는 "환자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보사 허가 취소는 당연한 수순"이라며 "식약처 형사 고발, 인보사 추적관찰 외엔 환자들이 보상 받을 길이 제한적인 것이라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은 건강과 생명에 대한 공포는 물론 사실을 은폐하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코오롱에게도 분노를 느낀다. 손해배상 승소로서 환자들이 작게라도 보상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약처 결정으로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거래도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식약처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처분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코오롱티슈진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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