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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택시기사가 준 쪽지 한장…아슬아슬 전화사기 검거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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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여성에 "돈 안주면 딸 장기적출" 협박

"도와달라" 쪽지 받은 택시기사, 경찰에 전달

대림지구대 이삿짐센터 직원 변장하고 잠복

말레이시아인 전달책 2명 검거…진범 추적 중

뉴시스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자녀 납치 협박 전화를 받은 여성이 택시기사에게 "도와달라"는 쪽지를 건네면서 경찰이 전화사기(보이스피싱) 전달책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2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70대 여성인 A씨는 지난 24일 인천 계양구 자택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남성은 딸의 이름을 정확히 언급하면서 "딸이 친구의 대출빚을 보증섰는데, 이를 갚지 않고 있다"며 돈을 요구했다.

무시무시한 협박도 뒤따랐다.

이 남성은 "돈을 갚지 않으면 딸을 냉장고에 집어넣고 장기를 꺼내 팔아 빚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엄마, 나 살려줘"라는 울먹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혼비백산할 수 밖에 없었던 A씨는 수중에 있던 현금 2000만원을 들고 집을 뛰쳐나왔다. 전화 속 남성은 A씨에게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으로 오면 돈을 받고 딸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A씨가 외부와 연락할 수 없도록 휴대전화는 주머니에 넣은 채 계속 통화 상태로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꼼짝 없이 보이스피싱 피해에 노출된 A씨. 도움을 청할 곳이라곤 정신없이 올라탄 모범택시 기사 밖에 없었다. A씨는 수화기 너머 남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딸이 납치된 것 같으니 도와주세요'라는 취지의 쪽지를 슬쩍 기사에게 건넸다.

택시 기사도 기지를 발휘했다.

부평IC 인근에서 교통경찰을 발견한 그는 조용히 옆에 차를 대고는 쪽지를 건넸다. 범인이 말한 목적지 주소도 함께였다.

사건은 즉시 인천지방경찰청을 통해 영등포경찰서 산하 대림지구대로 전파됐다.

경찰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 곧장 잠복에 들어갔다. 범인이 경찰의 잠복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때 마침 약속 장소인 빌라 근처에서 이사가 진행 중이었다. 일부 경찰은 양해를 구해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변장했고, 일부는 출퇴근용 오토바이까지 동원해 주변에서 대기했다.

뉴시스

잠복조가 A씨 주변을 지키는 사이 팔에 문신을 한 20대 남성이 현장에 나타났다. 말레이시아인 B씨(20)였다. B씨는 주변 눈치를 살피며 담배를 태우는 등 A씨 주변을 배회했다. 그리고 A씨에게 접근해 돈을 받는 순간,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달려와 B씨를 붙잡았다.

하지만 B씨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주변에 공범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 B씨를 압박했다. 의사소통에는 스마트폰 번역기가 사용됐다. B씨는 결국 자신의 친구인 말레이시아인 C씨가 대기 중이라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주요상황 처리지침을 숙지해 지구대가 자체 잠복 수사를 진행해 검거한 사건"이라며 "택시기사와 합작을 통해 피해자에게 피해액을 돌려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검거한 B씨를 구속해 조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C씨는 불구속입건했다. 다만 B씨 등은 진범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의 휴대전화를 통해 추적수사를 벌이는 등 진범과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수사를 지속할 예정이다.

sympath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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