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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장님" 사법농단, 법정의 기록⑤]‘사법농단의 검은손’ 김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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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사법농단 ㆍ윤병세 등 로펌 출신 인맥들 활용

일본 기업 승소 위해 ‘전방위 로비’

ㆍ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사법농단

ㆍ윤병세 등 로펌 출신 인맥들 활용

ㆍ일본 기업 승소 위해 ‘전방위 로비’

경향신문

서울 종로구의 김앤장 법률사무소 로비. 김앤장은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의 ‘재판 거래’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윤병세씨는 박근혜 정부의 초대 외교부 장관이 되기 전 김앤장 고문으로 4년간 재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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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는 외교관계 측면에서 민감한 여러 가지 기밀사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노출될 경우 국익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스럽습니다. 과거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현 (문재인) 정부도 앞으로 이웃 나라(일본)와 굉장히 민감한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저희가 여기서 논의하는 내용이 연계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14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66)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윤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으로 4년 넘게 재임한 ‘장수 장관’이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둘러싸고 대법원과 청와대가 부적절한 거래를 했다는 시기도 이때였다. 재판은 ‘사법농단’이라는 위법행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인권침해를 다룬다. 하지만 윤 전 장관은 ‘외교관계’ ‘국익’을 그에 앞세웠다. 재판부는 재판을 공개로 진행했다. 그러나 윤 전 장관은 검사가 외교부 문건을 제시할 때마다 ‘비밀 자료’라며 공개해선 안된다고 막는가 하면, 답변도 어물쩍 넘어갔다. 검사가 질문할 때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곤 했다. 윤종섭 재판장이 “증인이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검사가 묻는 사항에 대해 사실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임을 명심하라”고 지적했다.

이날 윤 전 장관의 증언에서는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로비가 드러났다. 김앤장은 법정 안에서만 활약하지 않았다. 김앤장은 전직 고위 관료들을 ‘고문’으로 영입하고, 그 고문들은 현직 고위 관료들과의 연줄을 이용해 내밀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일본 기업에 한국 정부 입장을 속속 전해주고, 일본 기업의 승소를 위해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계획도 세웠다. 김앤장은 사법농단 속 또 하나의 사법농단이었다.

■ ‘징용 소송’에 외교·법조 전관 총동원…박근혜 외교부와 ‘상부상조’

외교부 관료 출신인 윤 전 장관 역시 장관이 되기 전인 2009년부터 4년간 김앤장 고문으로 일했다. 2012년 5월24일 대법원이 피해자들 손을 들어주는 내용으로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파기환송했을 때도 김앤장 소속이었다. 파기환송 직후 김앤장에서는 대책회의가 열렸다. 김영무 대표를 포함해 김용갑·조귀장 변호사 등이 모였다. 윤 전 장관도 참석했다. 윤 전 장관은 특별한 회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미 그 시점에 1965년 이후 한국 정부의 입장과 입법부·법원의 조치 등 사실관계가 다 나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아마 설명을 뭔가 했다면 팩추얼한(사실에 기반을 둔) 설명을 했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우려가 언론에서 많이 나왔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공유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윤 전 장관은 2013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통일안보분과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김앤장 고문직을 그만뒀다. 그해 2월에는 박근혜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김앤장은 김앤장 출신 장관을 활용할 계획을 세운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1월10일 김앤장 조귀장 변호사가 내부 변호사들에게 전송한 e메일에는 미쓰비시중공업 고문이 된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방한 일정을 조율하면서 윤 전 장관과 현홍주 전 주미대사,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e메일에는 ‘일제 강제징용 사건은 일개 기업이 아니라 양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문구도 있다. 그 직후인 1월18일 김앤장의 한 변호사가 한상호 변호사에게 보낸 e메일을 보면 “미쓰비시중공업 측에서 ‘윤(외교통상부 차기 장관)’에게 직접 연락을 드린 모양”이라며 김앤장이 윤 전 장관과 무토 마사토시 전 대사의 오찬 일정을 맞춘 내용도 나온다.

윤 전 장관은 장관 취임 후인 2013년 3월 김앤장 변호사들을 외교부에 초대했다. 김영무 대표와 현홍주 전 대사, 한상호 변호사 등이다. 현 전 대사는 윤 전 장관의 경기고, 서울대 법대 선배이고 외교부에서 함께 근무했다. 윤 전 장관을 김앤장에 스카우트한 사람이 현 전 대사이고 김앤장에서도 한팀으로 일했다. 한상호 변호사도 윤 전 장관의 경기고 선배다. 외교부 관료로 있을 때 윤 전 장관과 근무 인연이 있는 유명환 전 장관은 김앤장 고문으로 옮긴 뒤 현 전 대사와 함께 윤 전 장관을 수차례 만난다. 윤 전 장관은 이 같은 만남들이 모두 인사치레거나 친목도모 목적이었고 강제징용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나 외교와 정치와 재판에 얽힌 학교, 직장 선후배가 ‘친목’을 도모하는 순간, ‘공정함’의 외관은 무너진다.

김앤장 고문 출신 윤 전 장관

취임 후 김앤장 변호사들 초청

그해 11월 외교부 사무관 일지엔

“판결 나오면 끝이다, 작살난다

청와대·관계부처 끌어내야”


그해 11월 외교부 정모 사무관 업무일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판결 나오면 끝이다, 외교부는 작살난다, 판결 나오고 방안 찾을 것이냐, 청와대·관계부처 끌어내야, 범정부적 입장 마련.” 정 사무관은 윤 전 장관이 격하게 말한 내용을 받아 적었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대법원 판결의 번복을 의도한 게 아니라 어떠한 판결이 나와도 좋은데 다만 그 판결에 국내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 한·일관계 등 국제법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법원이) 충분히 고려해서 판결해주면 외교부가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우리 국익에도 유리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 “외교부 장관이 패소 전폭 협조”

김앤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한상호 변호사가 2015년 1월 신일철주금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작성했다는 문건은 상징적이다. 한국 정부에 대한 로비 현황을 김앤장이 일본 기업 측에 성과로 보고하는 내용이다.

2년 뒤 김앤장 변호사 문건에선

“외교부 최고책임자 접촉, 공감

특명 내려 패소에 전폭 협조 지시”


“문건을 보면 외교부 최고책임자인 증인(윤 전 장관)을 김앤장이 여러 차례 접촉해서 이야기했고, 증인이 공감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또 이런 문장도 있습니다. 외교부의 최고책임자는 담당 국장에게 ‘특명’을 내려서 패소에 전폭적으로 협조하도록 지시하였음.”(검사)

“저는 국익을 다루는 외교부가 이런 문제에 대해 (외부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대해 (자제해야 한다는) 분명한 철학을 항상 갖고 있었습니다. 문건들은 과장돼 있는 것이고, 유명환 전 장관이 사건 이야기를 하길래 담당 국장을 만나보라고 넘겼을 뿐입니다.”(윤 전 장관)

김앤장 최건호 변호사가 작성한 문건에는 ‘외교부 동향, 2012년 대법원 판결 잘못됐다는 공감대 있음, 참고인 의견서 제도 알고 있음, 대법원 요청 있어야 한다는 입장, 참고인 의견서 제출 이후 신속히 판결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유 전 장관은 “윤 전 장관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윤 전 장관은 “제가 알려준 내용이라기보다는 외교부의 여러 인사들을 통해서 파악한 것 같다”며 “유 전 장관과 현 전 대사가 상세한 내용을 갖고 물어오면 선문답하듯이 말한 적은 있다”고 부인했다. 윤 전 장관이 흘려 이야기한 것이 김앤장에는 중요 정보가 됐고, 이 정보는 일본 기업으로까지 흘러갔다.

2015년 12월15일 윤 전 장관이 현 전 대사·유 전 장관과 식사를 하며 나눈 대화 내용도 문건에 남았다. 윤 전 장관은 ‘그동안 진전 있었다, 대법과 협의, 청와대 VIP 보고사항, 한·일 정상회담 후 일정 바빠, 조만간 타이밍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김앤장 측 답변으로는 ‘위안부 문제 연결 적절치 않다, 일 아베 총리 생각 바뀌지 않아 실기할 수 있다, 한·일관계 중대 영향 미치는 사항,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돼 있다. 대법원에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과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윤 전 장관은 이 자리 발언도 의례적이었다고 했다. 외교부와 김앤장 사이에 정보는 수시로 오갔고, 결과적으로 외교부는 김앤장이 원한 대로 강제징용 사건 관련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청와대와 법원행정처도 모두 입장이 같았다.

윤 전 장관도 위안부 합의 발표 전

언론 기고 청탁 등 김앤장 활용


윤 전 장관 역시 필요할 땐 김앤장을 활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 전날인 2015년 12월27일 윤 전 장관은 유 전 장관과 또 만났다. 윤 전 장관은 검찰에서 “다음날 한·일 위안부 합의 발표를 앞두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여론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해서 유 전 장관에게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이해를 돕는) 언론 기고를 부탁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그렇게 외교부와 김앤장은 상부상조했다.

■ “기억 안 난다”는 윤병세

2013년 10~11월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윤 전 장관에게 ‘친전’을 보냈다. “10.29. 대법원 임종헌 기획조정실장이 내방하여 주유엔대표부에 판사를 파견하기를 희망한다며 협조를 요청해왔습니다. 대법원 측에서 작성한 관련 자료를 첨부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문장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 계기에 일본관계 현안도 협의 및 참고자료를 전한 바 있습니다. 외교안보수석 주철기.”

일본 기업 대변한 변호사들

대부분 판사 출신, 김앤장 경력

최근까지도 판사들 김앤장으로


일제 강제징용 사건에 외교부 입장을 반영해주는 대신 법관 해외파견에 협조를 받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검사 질문에 윤 전 장관은 친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장관에게 친전으로 내려보내서 무게 있게 다가왔다”는 김규현 전 외교부 1차관이나, 윤 전 장관이 강제징용 사건에 관심이 많아 회의에도 직접 참석했다는 외교부 직원들 증언과 상반된다.

윤 전 장관은 8시간의 증언을 마치고 난 뒤에 또 한·일관계를 걱정했다.

“현재 한·일 간에 외교적으로 전례 없이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고, 국제사회가 특히 일본 정부가 (사법농단 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국익과 관련해 중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법정에서의 성실한 증언에 추가해서 역사 앞에 증언한다는 심정으로 이렇게 섰습니다.” 윤 전 장관에겐 청와대·외교부·김앤장·대법원 선후배들의 ‘로비’도 ‘역사’가 될까.

강제징용 소송에서 일본 기업 측 일을 도맡은 김앤장 변호사들 대부분은 판사 출신이다. 최근까지도 법원행정처에서 일했던 판사 상당수가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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