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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제일 강한 ‘참나무 꽃가루’ 확산…5월과 함께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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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로 본 ‘꽃가루의 세계’

기상과학원 꽃가루 채집 분석…이달 가장 기승 ‘소나무 꽃가루’

여름엔 돼지풀·환삼덩굴·쑥 등 장마철·한겨울 빼면 계속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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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꽃가루는 소나무보다 날리는 양은 적지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능력은 더 강하다. 미국국립과학재단(NSF)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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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 본원 내 잔디밭. 쨍쨍 내리쬐는 봄볕 아래에서 각종 기상관측 기구들이 바쁘게 작동하고 있었다. 기온과 습도 같은 날씨 변화를 알 수 있는 자료들은 바로 서울과 지방에 설치된 이런 잔디밭에 놓인 장비들을 통해 수집된다. 대부분의 기상관측 장비들은 겉모습만으로는 무엇을 하는 도구인지 알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기상청 본원 장비 중 특히 눈에 띄는 독특한 원통형 장비가 있었다. 머리엔 비행기처럼 꼬리날개가 달려 있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고 몸체에는 주전자처럼 뭔가 드나들 만한 작은 구멍이 있었다. 바로 꽃가루 채집기였다.

성인 남성 허리 높이로 설치된 꽃가루 채집기는 가정에서 쓰는 믹서보다 조금 크다. 꼬리날개는 몸체를 바람 방향으로 움직여 꽃가루를 최대한 많이 빨아들이도록 고안된 부품이다. 원통 내부는 빙글빙글 돌도록 설계됐는데 이때 생긴 원심력으로 장비 안에 들어온 꽃가루를 끈끈한 테이프에 붙인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잡아낸 꽃가루를 거둬들여 개수와 종류를 분석한다. 이런 장비는 전국 12곳에 설치돼 있다.

기상당국이 꽃가루 수집에 공을 들이는 건 꽃가루가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의 17.4%, 청소년의 36.6%가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으며 꽃가루는 집먼지 진드기, 반려동물과 함께 3대 원인 중 하나다.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국토 전체에 나무를 잘 심고 가꾸는 선진국에서 환자 비율이 높은 특징이 있고, 일단 증세가 나타난 뒤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꽃가루는 바람에 의해 날리는 것과 곤충이나 새의 몸체에 달라붙는 것으로 크게 구별된다. 수정을 위해 나무 사이를 옮겨 다녀야 하는 꽃가루들의 번식 전략이 서로 다른 셈이다.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는 곤충의 힘을 빌리는 꽃가루보다 상대적으로 가볍다. 그래야만 공중에 뜨기 쉽기 때문이다. 흩어진 꽃가루가 바람을 따라 움직이다 사람의 눈과 호흡기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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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요즘 가장 기승을 부리는 꽃가루는 무엇일까. 국립기상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이달 가장 많이 수집된 건 소나무 꽃가루다. 전체 꽃가루 비중에서 74%를 차지한다. 두 번째 많은 건 참나무 꽃가루다. 참나무는 졸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등을 일컫는 활엽수로 우리나라 전역에 고루 심겨 있다. 열매는 산에 사는 동물은 물론 사람도 즐겨 먹는 도토리다.

하지만 소나무 꽃가루의 비중이 크다고 해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조심해야 할 건 꽃가루 비중 2위인 참나무다. 김규랑 기상과학원 연구관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독성은 소나무보다 참나무가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기상과학원 관측 통계를 보면 이달 1일과 2일에는 이례적으로 참나무 꽃가루의 수가 소나무 꽃가루의 수보다 많았는데, 당시 노동절 휴일을 맞아 외출한 많은 시민이 알레르기와 사투를 벌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꽃가루의 융단폭격을 견뎌야 하는 걸까. 고비는 이번주다. 기상과학원이 식물별 꽃가루 확산 시기를 분석해 내놓은 ‘꽃가루 달력’을 보면 참나무 꽃가루의 확산은 대체로 5월이면 끝난다. 기상과학원은 이달 중순이 꽃가루 확산의 절정기였다고 분석했다. 강원도와 제주는 참나무 꽃가루의 맹위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대체로 6월 초순을 넘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봄을 지나도 꽃가루 알레르기에서 해방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조심해야 할 건 돼지풀이다. 키는 1m가량이고 꽃은 8월과 9월에 황록색을 띠며 핀다. 전국에서 고루 자라고 있는데 서울에선 양재천과 중랑천변, 난지도 근처에 군락지가 있다. 이와 비슷한 단풍잎돼지풀은 키가 최대 4m까지 자라며 7월과 8월에 꽃이 핀다. 돼지풀처럼 알레르기 유발 식물로 알려져 있다.

환삼덩굴도 문제다. 서울 양재천과 중랑천, 안양천, 탄천 등지에서 군락지가 발견됐으며 생명력이 강해 국내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잘 볼 수 없는 환삼덩굴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데 보통 8월과 9월에 꽃이 핀다. 쑥도 문제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식물이고 7월부터 9월 사이에 홍자색 꽃을 피운다. 이 식물들의 꽃이 피는 시기를 감안하면 봄철 꽃가루에서 해방되자마자 장마철을 제외하고 곧바로 꽃가루의 재공격이 시작되는 셈이다. 한겨울을 빼면 사실상 한반도 전체가 꽃가루 알레르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오전 10시 전 환기 피하고 나들이 뒤 옷은 물빨래·온몸 씻기

꽃가루 효과적 대응법

공기 중을 떠도는 꽃가루에 100% 노출되지 않는 방법을 찾기는 사실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대응법 몇 가지를 제시한다.

일단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환기에 신중하라고 조언한다. 꽃가루는 오전에 많이 날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집이나 사무실에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환기하기 직전에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꽃가루 상황도 확인해야 한다.

꽃가루 농도 위험지수는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낮음’ ‘보통’ ‘높음’ ‘매우 높음’ 4단계로 나뉘어 게시된다. 지도를 통해 시·도별로 꽃가루 강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데다 당일부터 내일, 모레까지 예보 상황을 보여준다. 자신이 사는 지역뿐만 아니라 출장이나 여행지의 꽃가루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꽃가루가 심한 날에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가장 좋은 건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다.

인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꽃가루는 크기가 작다. 맨눈으로는 보기 어려운 20㎛ 정도인데, 공기 중을 떠다니다 부서지거나 쪼개지면 더 작아진다. 3~5㎛까지 작아지면 코를 지나 기관지를 파고들어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 꽃가루가 이렇게 작다는 건 눈으로 보기에 비교적 깨끗한 장소만 골라서 외출했다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기상당국이 꽃가루 확산 시점으로 공식 발표한 시점엔 최대한 조심한다는 태도로 호흡기 건강에 신경써야 한다.

꽃가루는 눈도 자극한다. 눈은 점막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꽃가루에 속수무책이다. 고글이나 보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이가 외출했을 때 눈을 비비면서 칭얼댄다면 보호자는 더욱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외출을 마치고 귀가했다면 목욕을 하는 게 가장 좋다. 여의치 않다면 세수라도 꼭 해야 한다. 입었던 옷은 옷장에 넣어두지 말고 물빨래를 해야 한다. 옷에 붙은 꽃가루가 알레르기 증상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옷을 빤 뒤에 꽃가루 농도가 높은 상황에서 창문을 열고 실내 건조를 하거나 야외에 널어놓는 일은 꽃가루를 되레 흡수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런 대비에도 몸에 이상 증세가 보인다면 무작정 참기보다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감기에 안 걸렸는데도 콧물이 줄줄 흐르거나 재채기가 연속적으로 나오고, 알레르기 결막염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눈이 가렵다. 전유훈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방치하면 축농증이나 중이염에 걸릴 수 있고, 가려운 눈을 계속 비비면 각막이 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선 항히스타민제나 안약 등을 써서 증상에 대응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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