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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로봇이 작살과 그물로 물고기 잡듯이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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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되는 제거 기술

작살로 꿰뚫거나 포집 후 대기권 돌진해 태우는 방법 등 연구

‘쓰레기 판정’ 국가 간 합의 없어 무단 수거 땐 분쟁 가능성도

경향신문

우주 쓰레기를 잡는 청소 위성의 상상도. 각국은 우주 쓰레기를 밀어내거나 움켜 잡아 대기권으로 돌입해 불태우는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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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안된 우주 쓰레기 처리 방법은 헤엄치는 물고기를 잡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3월 영국 연구진이 발표한 방법을 보면 뾰족한 작살로 우주 쓰레기를 꿰뚫는 방식이 등장한다. 청소 전용 위성에 달린 로봇팔을 이용해 파손된 태양전지 패널을 붙잡은 뒤 초속 20m 속도로 작살을 꽂는다.

지난해 발사된 이 위성은 앞서 레이더로 쓰레기를 추적하는 임무에도 성공했다. 우주 쓰레기를 껴안고 대기권으로 돌진해 불타 사라지게 만드는 시험도 예정돼 있다. 유럽우주국(ESA)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냈다. 우주 공간에서 그물을 발사해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는 것이다. 긴 끈에 연결된 그물을 발사해 일순간에 활짝 펼쳐지게 한 뒤 쓰레기를 낚아채는 것이다. 영락없는 물고기잡이다. 스위스 등 다른 나라 연구진이 내놓은 방식도 대개 이런 형태를 띤다.

하지만 우주 쓰레기의 처리에는 중요한 법적 문제가 있다. 무엇을 우주 쓰레기로 볼지에 대한 국가 간 합의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우주 쓰레기를 줄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 수준의 국제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원론적인 데다 우주 쓰레기의 정의를 담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특정 국가가 우주 쓰레기 수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법적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을 가진 나라가 자의적으로 우주 쓰레기를 정의할 가능성이 있다. 자국 위성의 궤도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다른 국가의 위성을 우주 쓰레기로 규정해 제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주 쓰레기를 누군가 수거한다고 해도 이를 마음대로 가질 수 있는지도 애매하다. 김한택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주 쓰레기의 소유권이 쓰레기를 만든 나라에 있는지, 쓰레기를 수거한 나라에 있는지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없다”고 말했다. 수거된 우주 쓰레기가 기술적으로 가치가 있거나 국가안보 측면에서 예민한 물건이라면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직 인간의 미개척지에 해당하는 우주 분야에서는 각국이 자신들을 구속하는 조약보다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선호하고 있어 우주 쓰레기의 법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주법학계에선 2007년 오래된 기상위성을 파괴하겠다며 중국이 미사일로 요격실험을 한 것도 강제력이 없는 느슨한 우주 이용 규제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당시 중국의 실험으로 지구 궤도에는 새로운 우주 쓰레기 3000개가 만들어졌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우주 쓰레기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우주 쓰레기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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