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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황금종려상이 뭐길래..세계 3대 영화제 중에도 최고권위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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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들고 있는 트로피에 황금빛으로 종려 나무 가지와 입새를 형상화한 모습이 뚜렷하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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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종려나무 가지, 황금빛 곰, 황금빛 사자. 유럽에서 열리는 이름난 영화제 세 곳에서 매년 각각 최고의 영화에 주는 트로피의 형상이다. 최고상의 이름도 그렇다. 프랑스 칸영화제는 '황금종려상', 독일 베를린영화제는 '황금곰상',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는 '황금사자장'이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감독에게 이 중에 하나를 마음대로 골라 상을 받으라고 한다면, 칸영화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세계 3대 영화제' 중에도 칸은 그만큼 권위를 자랑한다. 문턱도 높다.

임권택 감독이 한국 첫 황금종려 후보
한국영화가 칸영화제서 황금종려상을 겨루는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은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 당시에는 수상을 못했지만 임권택 감독은 2년 뒤인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한국영화의 첫 칸영화제 수상이다. 다시 2년 뒤 2004년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면서 한국영화는 세계영화지도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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륏 다르덴 감독과 장 피에르 감독. 친형제 사이로 흔히 '다르덴 형제'라 불리는 두 감독은 매번 함께 영화를 만든다. 앞서 두 차례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이들은 올해 '영 아메드'로 감독상을 받았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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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와 칸의 인연은 이보다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춘향뎐'에 앞서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것이 시작이다. 그런데 당시 주목할 만한 시선은 시상을 겨루는 부문이 아니었다. 이후 1998년부터 시상이 도입됐다.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한국영화는 2010년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 2011년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이 연달아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다.

김기덕 감독은 이로써 '세계 3대 영화제' 모두에서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은곰상),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은사자장)을 받은 데 이어 2012년 '피에타'로는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까지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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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공학을 소재로 삼은 SF영화 '리틀 조'로 올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에밀리 비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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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는 각각 시상을 겨루는 공식 경쟁 부문, 주목할만 시선 부문 초청작 외에도 비경쟁 공식초청작이 있다. 올해 마동석 주연의 '악인전'이 그런 예다. 이 영화가 상영된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수상을 겨루지 않는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심야상영'을 뜻한다. 실제로 상영시간이 늦은 밤인데다, 칸영화제에 넘쳐나는 예술영화의 향연에 지친 이들도 졸음에서 깰 수 있는 장르영화를 주로 초청한다. 할리우드 톱스타를 칸의 레드카펫에 데려 올 수 있는 할리우드 장르영화도 종종 그저 '비경쟁' '공식' 초청작으로 선보이곤 한다. 칸영화제 수상여부가 영화를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듯, 경쟁이나 비경쟁이냐도 절대적 기준으로 여기기는 힘들다. 새로 복원된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칸 클래식'도 비경쟁이되 공식 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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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전'의 세 주연 배우 김무열, 마동석, 김성규와 이원태 감독. '악인전'은 올해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수상을 겨루지는 않는 비경쟁 초청작이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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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주간'이나 '비평가주간'도 있다. 칸영화제와 같은 기간에 열리는데 각각 프랑스감독협회, 프랑스비평가협회가 주최한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주최하는 공식 경쟁 부문,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과는 다르지만 영화제 기간 칸에 몰려드는 전 세계 언론과 비평가의 주목을 받기에는 충분히 좋은 기회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을 2006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첫선을 보여 호평을 받았다.

신인 감독의 첫 장편 영화에 주는 '황금카메라상'은 공식부문, 감독주간, 비평가주간 등에 선보인 영화를 모두 후보로 삼아 수상작을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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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25일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 시상을 소개하러 나온 프랑스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와 포즈르 취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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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칸영화제가 주최하는 단편 경쟁 부문, 학생단편 경쟁 부문(시네파운데이션)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황금종려상을 받은 두 번째 한국영화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문병곤 감독의 단편영화 '세이프'가 칸영화제 단편 경쟁부문 최고상을 받았는데, 이 상의 이름 역시 '황금종려상'이기 때문.

봉준호보다 먼저 황금종려상 받은 한국감독
사실 칸영화제 장편 경쟁부문 최고상이 시작부터 '황금종려상'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랑 프리'가 최고상이었는데 1950년대 중반 '황금종려상'이 도입되면서 '그랑 프리'는 사실상 2등상이 됐다. 현재 '그랑 프리'는 우리말로 '심사위원대상'으로 번역되는데 '심사위원상'도 따로 있다. 사실상 3등상에 해당하는 상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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