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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인간만 ‘눈 흰자위’ 가진 이유 있는데 ‘퇴화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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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 이후 시선 맞춤으로 소통-공감… 스마트폰 탓 상대 얼굴 안 봐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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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성탈출’에 나오는 주인공 외계인은 유인원을 닮았지만 눈에 흰자위가 있다. 영화 ‘ET’에 나오는 주인공도 몸은 요상하게 생겼지만 역시 흰자위가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캐릭터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거의 모든 눈에 흰자위가 있다. 몸이 인간과 달리 생겨도 눈에 흰자위가 있으면 낯설지가 않고 편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 뇌의학자로 평가 받는 나흥식 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직립을 하면서 시야가 정면으로 바뀌어 땅에 있는 먹이를 찾기 바쁜 네발 짐승과는 달리, 정면에 있는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게 됐는데 이것이 소통의 시발점이 됐다. 얼굴표정이 눈 맞춤, 언어와 함께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됐다는 것이다.

나 교수에 따르면 정면에서 봤을 때 눈에 흰자위가 보이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나 교수는 “정면에서 눈의 흰자위가 보인다는 것은 서로가 자기의 시선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인간과 유사하다고 하는 오랑우탄, 침팬지, 고릴라 등을 포함한 동물의 눈에는 흰자위가 없어 우리가 선글라스를 쓴 것처럼 어디를 보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개나 고양이는 흰자위가 눈의 뒤쪽에 있어 시선을 파악하기 힘들다.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상대방과 마주하며, 소통을 통해 남의 마음을 알아내고 공감 능력을 길러왔다. 빅토리아 레옹 미국 캠브리지대 교수는 2017년 12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보고한 논문에서 아기와 부모의 뇌파가 서로 눈 맞춤을 통해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보거나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며 공감능력을 길러온 인류가 문명발달로 인해 오히려 소통과 공감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나 교수는 경고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라 같이 있는 사람을 소홀히 대하거나 무시하는 '퍼빙(phubbing)' 현상을 지적하며 “카페에 마주앉아 대화하는 커플 중 절반은 상대 얼굴을 보지 않고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가정에서도 부모와 자식 가릴 것 없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인간들은 연애를 해도, 가족이 있어도 외롭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스마트폰에 집중하며 주변사람과는 건성으로 눈을 맞춘 채 머리를 숙이고 목이 구부정한 상태로 돌아다니는 현대인을 보면, 어렵사리 직립에 성공한 호모 사피엔스가 다시 먹이를 찾아 땅만 보고 다니는 네발짐승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며 동물 중 유일하게 흰자위를 갖고 있는 인류의 퇴화를 우려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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