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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도 '쥴링'할까"…전자담배 아이폰 '쥴' 韓상륙, 불안에 떠는 교사·학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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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청소년 흡연 확대 주범’ 쥴 국내 출시에 보건·교육당국 비상
"유튜브에서 ‘쥴링’ 영상봤다" 청소년들 호기심↑
USB 모양에 냄새도 거의 없어…일선 교사들 "알수록 단속 막막"
학부모들 "우리 아이도 쥴로 담배 시작할까" 불안
"전자담배가 키운 청소년 흡연율에 쥴이 정점 찍을 것" 우려도

"쥴(JUUL)은 담뱃갑 모양도 아니고, 냄새도 덜 나다 보니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전자담배에 발을 들일까 봐 걱정됩니다."

‘전자담배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미국산(産) 액상형 전자담배 ‘쥴( 사진)’이 지난 24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하면서 청소년 흡연에 대한 비상이 걸렸다. 쥴은 거의 냄새가 없고 소지품 검사를 통한 적발도 쉽지 않아 호기심이 강한 청소년들이 쉽게 흡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학부모들은 "혹시 우리 아이가 쥴로 흡연을 시작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보건당국과 일선 학교는 이날부터 편의점 등을 상대로 전자담배 청소년 판매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는 등 긴급 대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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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쥴’ 판매를 시작한 지 두 시간 만에 입고된 10개가 모두 동났다. 근방의 또다른 편의점은 예약자 판매로 전날 저녁 이미 품절됐다. /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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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미국에서 출시된 쥴은 "청소년들의 흡연 호기심을 자극해 전자담배 입문을 조장한다"는 논란을 낳았다. 북미 지역 청소년 사이에선 ‘전자담배를 피우다’라는 뜻의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쥴 국내 출시로 청소년 흡연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 "유튜브에서 ‘쥴링 영상’ 봐… 피워보고 싶다"
학생들 사이에선 쥴을 두고 "부모님이나 선생님 몰래 담배를 피우기 좋다"라는 말이 돌고 있다. 쥴은 크기가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작아 숨기기 좋고, 모양도 USB·샤프심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흡연 후 손이나 옷에 담배 냄새도 남지 않는다. 주로 유튜브를 통해 ‘쥴링’ 영상을 보고 이미 쥴에 대해 알고 있는 학생들이다.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70%를 장악한 쥴의 인기는 ‘디자인’과 ‘맛’ 때문이다. 매끈한 금속재 외관으로 ‘담배계의 아이폰’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제품은,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닮아 일반담배와 달리 액세서리처럼 보인다. 액상형 카트리지를 탈부착하면 돼 사용하기 편리하고, 궐련형 전자담배와 달리 담뱃재도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 ‘망고맛’ ‘사과맛’ 등 제품 자체에는 니코틴·타르 같은 발암물질이 함유돼 있지만, 입에선 과일 맛이 나 몸에 해롭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흡연자인 고교생 김모(17)군은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면 냄새 때문에 불시검사에 늘 걸리곤 했는데, 쥴은 아이코스(궐련형 전자담배 브랜드)보다 냄새가 적다고 하니 피워보고 싶다"고 했다. 고교생 정모(17)군도 "소지품 검사할 때 가방이나 옷 주머니에 담뱃재가 남아 잘 털어내도 적발되기 일쑤였는데 쥴은 담뱃재가 안 남아 편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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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내 판매를 시작한 미국산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 / 쥴 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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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흡연자 학생들 사이에서도 "호기심에 한번 피워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흡연자인 고교생 신모(18)양은 "실제로 담배처럼 생긴 게 아니라서 거부감이 적을 것 같다"며 "담배를 피우는 친구가 ‘한 모금 해보라’고 했을 때 거절했는데, 이건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중학생인 박모(15)양은 "유튜브에서 ‘쥴링’ 영상을 보니 과일 맛이 난다고 해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은 비상이 걸렸다. 일부 학교는 쥴의 국내 출시가 발표되자 교사들을 모아놓고 쥴의 생김새와 특성을 따로 교육하기도 했다. 그러나 "쥴에 대해 알게 될수록 어떻게 단속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반응이다.

고교 교사 송모(29)씨는 "보통 손이나 정수리 냄새를 맡아보거나 소지품 검사를 통해 학생 흡연을 적발하는데 쥴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피해가는 것 같다"며 "담배 피우는 학생들 입장에선 환영이겠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막막하다"고 했다. 중학교 교사 조모(26)씨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다른 담배에 비해 거부감이 적은 쥴이 학생들 사이에 퍼지며 흡연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이라며 "어떻게 해야 쥴의 유해성을 학생들에게 설득력있게 교육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학부모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김다해(43)씨는 "담배 냄새도 안나고 액세서리처럼 생겨 아이들이 쥴을 피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모(38)씨는 "또래에 쉽게 휩쓸리는 10대 사이에서 쥴이 유행한다면 우리 아이도 안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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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내 판매를 시작한 미국산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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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로 이미 높아진 청소년 흡연율, 쥴이 정점 찍을 것"
국내에 ‘쥴’의 수입허가가 난 것은 일종의 ‘담배 대체재’로서 성인 흡연율을 줄이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청소년 흡연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에 보건 당국은 집중단속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편의점 등 담배소매점에서 청소년에 대한 담배·전자담배 판매를 집중 점검·단속할 예정이다.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담배를 판촉하는 행위도 감시단을 꾸려 단속을 강화한다. 학교를 통해 학부모에게 신종담배의 모양과 특성을 알리는 안내문도 배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쥴의 국내 출시로 청소년 흡연율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전자담배 보급을 통해 청소년의 흡연 장벽이 낮아진 상황에서 ‘쥴’이 청소년 흡연 확대 추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청소년 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율은 2007년 13.3%에서 2016년 6.3%로 10년 동안 꾸준히 하락했다. 하지만 전자담배가 등장하면서 작년에 6.7%까지 오르는 등 청소년 흡연율이 상승세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쥴’이 흡연율 상승에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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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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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고교생 전자담배 흡연율은 2017년 11.7%에서 지난해 20.8%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학생 전자담배 흡연율도 3.3%에서 4.9%로 올랐다. 1년 만에 전자담배를 피우는 중고교생이 210만명에서 360만명으로 71%(150만명) 늘어난 것이다.

반면 이들 연령층에서 일반 담배와 기타 담배 제품을 상습적으로 피우는 중고교생은 2017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보건당국은 전자담배인 쥴이 청소년의 흡연율을 높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서울금연지원센터 관계자는 "흡연하는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흡연한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는 것"이라며 "쥴을 비롯해 신종 전자담배들이 갈수록 소형화되면서 청소년 흡연 문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신의진 연세대 정신과 교수는 "쥴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담배의 유해성을 감추는 것은 기만적인 상술을 쓰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쥴을 통해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경고 그림을 부착하는 등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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