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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베드타운 우려 커진 일산 "업무지구 경쟁력 키워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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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인 일산 킨텍스 지구에는 약 9000가구가 입주하고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에도 행복주택을 포함해 1만2500가구, 고양 방송영상밸리에 약 4000가구, 일산서구 탄현지구 3000가구 등 모두 2만8500가구의 입주가 확정됐어요. 하지만 테크노밸리와 K컬처밸리 등은 아직 구체적인 사업 성과가 없어요."

이달 초 정부의 ‘수도권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지역에서는 도시의 자족 기능이 약해 ‘베드타운(bed town·대도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잠만 자러 오는 도시)’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테크노밸리, K컬처밸리, 첨단방송영상밸리 구축 등은 일산을 지역구로 둔 김현미 국회의원 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6년 총선 출마 당신 내건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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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총선 출마 당시 김현미 후보 공약집.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쳐



‘일산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은 경기도와 고양시, 경기도시공사, 고양도시관리공사 등 4개 기관이 공동 시행하는 민선 7기 최우선 핵심 정책 사업이다.

2023년 준공을 목표로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법곳동 일원 80만㎡를 VR 실감형 콘텐츠, 첨단의료산업과 교육, 문화 등을 공유하는 미래형 자족 도시로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오는 9월 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을 위해 현재 조사설계용역 단계에 있다.

하지만 신설되는 GTX 킨텍스역과도 2km 이상 떨어져 있어 교통 편의와 서울 접근성 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컬처밸리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원 한류월드에 축구장 46개(30만2153㎡) 규모로 테마파크(23만7401㎡)를 비롯해 상업시설(4만1724㎡), 공연장・호텔(2만3028㎡)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CJ E&M 컨소시엄이 2015년 12월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부지 특혜 공급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듯 했다가 올해 2월 경기도와 고양시, CJ 케이밸리 주식회사가 협약을 체결하며 사업 재개를 공식화했다.

2010년 12월 당시 국토해양부가 대곡역을 복합환승센터 시범사업지로 선정하면서 ‘대곡역세권개발 사업’이 추진됐으나, 2011년 11월 잠정 중단됐다. 그러다 최근 GTX A 사업을 계기로 다시 추진되고 있다. 2023년까지 대장동 일원 180만㎡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하는 사업으로, 복합환승센터를중심으로 첨단지식산업과 주거, 상업, 물류·유통, 의료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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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일산테크노밸리 조성사업 부지. /고양도시관리공사 제공



업계 전문가들은 일산에 개발 중인 산업단지 및 중심업무지구가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지자체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사업 속도가 더딘 데다, 계획대로 고부가가치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입지 조건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2기 신도시가 부동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데는 당초 목표였던 고용 창출 효과와 자족 기능이 약했기 때문"이라며 "분당처럼 기업이 들어서고 고용이 함께 일어나야 진정한 주거환경이 조성되는데, 일산은 그렇지 못했고, 당국 목표대로 자족 기능을 살리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지금 일산 산업단지, 업무지구 조건만 보면 고부가가치 산업을 일산에 유치할 거라는 기대보다는 업무지구의 미분양 우려가 더 크다"며 "교통 환경이 안 좋은 데다 기업 유치에 대한 매력적인 조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열악한 교통 문제가 있는 데다 분양가 인하, 법인세 감면 등 기업을 끌어당길 만한 파격적인 조건도 없어 밸리로서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일산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K컬처밸리도 CJ를 앞세우고는 있으나 주상복합을 중심으로 하는 주거지역으로 개발되고 있어 우려스럽고, 테크노밸리도 경쟁력이 너무 약하다"며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공급 과잉인 주거 지역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업무지구"라고 주장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자족 기능이 약한게 비단 일산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현재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 일원에 추진 중인 대곡역세권 개발이 이뤄지면 자족 기능이 커질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주민들이 자족 기능을 걱정할 만하다"고 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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