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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무너진 대학 건물.. 당신의 학교는 안녕하십니까? [#요즘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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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세 번 진행하는 정기 점검... 등급 낮아도 강제 못해
40년 이상 노후 건물 35%가 C등급 이하... A등급은 7% 뿐
서울대 40년 이상 건물 중 C등급 이하 12동.. 고려대?중앙대는 모두 C등급 지정


파이낸셜뉴스

외벽이 무너진 부산대 동보미술관 건물 [독자 제공]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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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부산대학교 동보미술관 건물 외벽이 무너지며 쏟아진 벽돌에 60대 환경미화원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시각은 오후 2시 10분. 백주대낮에 벌어진 사고에 부산대 학생들은 아연실색했다.

일부 학생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예견된 사고”라고 밝혔다. 학교 건물 다수가 노후화돼 수리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노후된 학교 시설은 비단 부산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해 실시한 국가안전대진단에서 다수 대학 건물들에 보수?보강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 대학 시설 안전 정기 점검은 일 년에 세 번… 등급 낮아도 보수 강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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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교육부?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공 [표 제작 : 정호진 기자]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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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개정된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에 따르면 건립 15년 이상, 연면적 1000㎡ 이상 학교시설은 안전점검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안전 점검 결과에 따라 대학 건물은 A(우수)부터 E(불량)까지 다섯 가지 안전 등급이 지정된다. 건물 외벽이 무너진 부산대 동보미술관 건물은 B(양호)등급을 받았다.

B등급보다 낮은 C(보통)등급부터는 결함이 있어 보수?보강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물들이다.

D, E등급을 받은 건물들은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된다. D등급으로 지정되면 긴급한 보수, 보강 및 사용제한 여부 판단이 필요하며 E등급의 건물은 사용 금지 진단을 받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년 여름철, 겨울철, 해빙기에 안전 점검을 실시한다. 육안을 통해 시설의 위험 여부를 파악한 뒤 문제가 있을 경우 기관을 통해 정밀 안전점검을 진행한다”면서도 “안전점검 결과 D, E 등급이 나와도 교육부에서 대학 측에 보수 공사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 전국 246개 대학, 40년 이상 된 학교 건물 중 A등급 7%... C등급 이하는 35%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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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대학알리미, 시설 안전관리 현황 2018 [표 제작 : 정호진 기자]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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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알리미가 공시한 ‘2018 시설 안전관리 현황’에 따르면 전국 246개 대학 건물 7805동 중 약 41%에 달하는 건물들이 A등급을 받았다. C등급 이하로 지정된 건물은 9%에 불과했다.

하지만 건축 40년이 넘은 건물 623동 중 A등급을 받은 건물은 단 7%다. C등급을 받은 건물은 35%로 비율이 껑충 뛰었다.

일부 학교 관계자들은 시설 안전 등급과 부산대에서 일어난 사고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성진 전북대학교 시설관리팀장은 “해당 사고는 건물 외벽의 벽돌이 무너진 것이다. 벽돌은 마감재이기 때문에 안전 등급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면서도 “전수조사 결과 전북대 측은 큰 문제를 찾지 못했다. 내진보강 사업, 보수 사업등에 상당 부분 예산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희대학교 관계자 역시 “시설 안전 등급과 마감재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C등급은 ‘보통’ 수준을 의미한다. 당장 보수가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 서울대, 40년 이상 건물 中 C등급 25%… 고려대?중앙대는 C등급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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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33동(좌) 건물 및 서울대 약학대학 건물(우) /사진=정호진 기자 중앙대학교 수림과학관 입구(좌) 및 내부 균열(우) /사진=정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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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 중 40년이 넘은 건물이 가장 많은 학교는 서울대학교였다. 서울대학교 건물 중 48동이 40년이 넘었으며 이 중 C등급 이하를 받은 건물은 12동으로 25%에 달했다.

고려대학교와 중앙대학교는 건축 40년이 넘은 건물이 각각 15동, 7동이었다. 놀랍게도 고려대와 중앙대의 40년 이상 된 건물들의 안전등급은 전부 C등급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학교의 노후된 건물들은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다만 서울대학교 33동 건물 외벽은 마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벽돌 일부가 파손돼 바닥에 방치되어 있었다. 약학대학 건물의 콘크리트 일부도 균열이 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대학교 수림과학관 건물 내부와 외부 벽면 곳곳에서는 균열이 발견됐다. 갈라진 외벽 일부에는 간이 보수 작업이 이뤄진 모습이었다.

해당 건물에 자주 출입한다는 중앙대 4학년 배모 학생은 “학교 건물이 일부 낙후됐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벽면에 이러한 균열이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며 “안전불감증인 것 같다”고 전했다.

중앙대학교 측은 “학교 자체적으로 일 년에 네 번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담당부서에서 수시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산대 사고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질책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인력과 재정적인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학 #안전 #지원

hoxin@fnnews.com 정호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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