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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자의 시각] 몰려오는 '부실大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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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연주 사회정책부 기자


목포해양대가 오는 29일 '대학 생존을 위한 교명 변경 공청회'를 연다. 교명에 '목포'라는 지명이 들어가 수도권 학생들이 잘 안 오고, 외국 유학생 유치에도 불리하니 이름을 바꿔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학생, 교직원, 동문의 70%가 찬성했고, 새 이름으론 '국제해양대'가 좋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목포시와 목포시의회는 목포해양대가 이름에서 '목포'를 빼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연구 역량을 높이거나 다른 생존 전략을 찾아야지 궁색한 이름 타령이냐"는 비판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해양대 측은 "교명 변경은 대학 생존과 직결되는 절박한 문제"라고 했다. 앞으로 3년 안에 고3 학생이 10만명 가까이 줄어드는 저출산 시대에 지금 상태론 학생 모집부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국립대조차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지방 대학들의 위기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면 "진짜 큰일 났다"며 한숨만 쉰다. 등록금이 10년 넘게 동결되어 곳간은 비어가고, 당장 2~3년 뒤 학생이 급감해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를 걱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2년 뒤 사립대 38곳이 신입생을 한 명도 못 채울 것으로 전망한다. 자칫 잘못하면 거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미 학생 교육이나 연구보다 '다음 달 교직원 월급을 줄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지방대가 전국적으로 수십 곳에 이른다고 한다. 심지어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려고 동네 노인, 기초생활수급자들을 학생으로 등록시킨다는 괴담 같은 얘기도 나온다. 살아남기 위해 저소득층에게 대학 등록금을 100%까지 지원하는 교육부의 '반값 등록금' 제도를 악용하는 대학들이 있다는 것이다. 높은 연봉과 정년 보장으로 '신의 직장'이라고 하던 대학 교직원 중에서도 비전이 안 보인다며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일부에선 이제 학생이 급감하면 부실 대학이 알아서 정리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실대가 극단으로 치달아 문을 닫게 되면, 학생과 교직원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 지난해 교육부가 폐교시킨 한중대와 서남대의 교직원 체불 임금은 각각 430억, 250억원이다. 학생들도 멀쩡히 다니던 대학을 옮겨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

현재 사립학교법은 대학 법인이 문을 닫으면 법인 재산이 모두 국고나 지자체로 귀속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설립자들이 출연금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대학 문을 닫길 꺼릴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을 한시적으로라도 풀어줘야 경영이 어려운 대학들이 최악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스스로 학교를 정리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런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러다 부실대가 한꺼번에 수십 곳 파산하면 누가 뒷감당을 할 것인가. 지금 정부 대처는, 쓰나미가 휩쓸 게 뻔한데 다 같이 밀려오는 파도만 구경하는 꼴이다.

[김연주 사회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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