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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화웨이사태와 ‘천진난만’한 친중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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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5세대 통신인프라 구축 / 美는 각국에 사용 금지 압박 / 한국, 도입 땐 美와 동맹 균열 / 경제 문제 넘어 안보와 직결

미국의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정보통신기술(ICT) 및 서비스와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의 국가안보 또는 미국민의 보안과 안전에 위험을 제기하는 거래를 금지할 권한을 상무장관에게 위임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5세대 통신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계속 논란이 돼온 중국 화웨이 제품에 대한 블랙리스트화를 의미한다. 또한 미국은 9일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미국시장 진출에 대해 국가안보 위협 가능성을 들어 불허 결정을 내렸다.

현재 세계는 미·중 간의 경제패권전쟁으로 많은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그중 전략산업인 통신산업의 5세대 인프라 구축은 4차 산업혁명의 미래경쟁력과 직결돼 경제패권전쟁의 핵심분야이다.

세계일보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지난 3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발표한 전략보고서는 중국을 ‘잠재적 파트너’에서 ‘전략적 경쟁자’로 개념규정을 전환했다. 통신산업의 5세대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해서는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로 규정하면서 안보리스크를 구체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이 돈을 무기로 유럽국가를 분열시키려는 행동을 경고하면서, 특히 독일이 화웨이 5세대 통신장비를 도입할 경우 독일에 대해 국가 간 정보공유를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2000년대 초 북한과 수차례 남북통신협상을 진행한 바 있는데, 북한이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은 통신에 대한 감청 등 통제문제였다. 북한과 중국 등 권위주의국가에서는 통신을 국가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중요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 화웨이 사태와 관련된 안보리스크는 바로 이 같은 문제와 연관된다. 5세대 통신에서는 기존의 감청, 도청, 백도어문제 등을 넘어서서 훨씬 복잡한 통신간섭 가능성이 커진다. 국제사회에서는 ICT와 권위주의의 결합이 가져올 문제, 즉 디지털 레닌이즘, 디지털 권위주의국가에 대한 비판적 담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전 정부 때 화웨이의 4.5세대(LTE) 통신장비를 L사에 판매한 것과 관련해 한·미 간의 부분적 갈등이 있었다. 결국 화웨이 장비의 도입이 현실화되자 미국은 주한미군기지 등 미국의 주요시설 부근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않게 하는 수준에서 대응했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미국이 세계적 차원에서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는 5세대 통신 인프라 화웨이 장비 도입 문제는 LTE 통신인프라 구축 때의 논란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이유는 5세대 통신인프라가 미·중패권전쟁과 4차산업혁명시대 세계경제패권과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친중 외교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특히 화웨이의 5세대 통신인프라 구축은 L사를 통해 수용해 나가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세계적 범위에서 한국의 L사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고 있음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기록적인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는 광고일 것이다.

반면 미국은 캐나나,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과 함께 화웨이 장비 사용금지를 요청했고, 영국·프랑스의 정보기관도 화웨이의 안보리스크를 지적하고 있다. 화웨이 사태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와 지난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 결렬사태 과정에서 드러난 한·미 간의 소통부족과 불신을 고려할 때 미국의 우리 정부에 대한 친중, 친북 문제에 대한 의심은 갈수록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브(천진난만)한 친중정책은 한국의 운명을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다. 화웨이 5세대의 수용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방관, 최악의 한·일관계, 대북정책의 한·미 간 괴리 등과 결합돼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고 한국을 심각한 외교안보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북한은 핵국가로 현실적으로 진입하고 있고, 미·중 간의 패권경쟁은 갈수록 심화되는 조건에서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과오가 될 것이다. 현재 화웨이 사태는 단순한 경제이슈가 아니라 안보이슈, 국가전략이슈와 연관돼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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