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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화웨이 사태’ 대응, 한국의 국익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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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웨이 제품 수입 말라’ 요구

섣불리 한쪽 손 드는 건 위험한 선택

중국 정보기술(IT)업체 화웨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날로 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주부터 화웨이의 미국산 제품 구매를 금지하고 동맹국에도 같은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구글·인텔·퀄컴, 영국의 ARM, 일본의 파나소닉 같은 기업들이 잇따라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미국은 한국에도 LG유플러스 등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며 같은 조치를 요구했다고 한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언뜻 결렬된 미·중 무역협상의 보복 조치로 보인다. 화웨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이다. 매출은 삼성전자의 절반(2018년 1070억 달러) 수준이지만 휴대전화부터 네트워크 장비까지 안 만드는 게 없다. 이런 중국 대표 기업을 압박해 중국의 대폭적인 양보를 얻어내자는 셈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이것만으로 보는 건 지나친 단견이다.

현대 경제와 국가 운영에서 IT는 신경망과 같은 존재다. 이를 장악하는 건 경제는 물론 국가 시스템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다. 그리고 2차대전 이후로 이 시장을 장악해 온 건 단연 미국이었다. IBM에서 애플에 이르는 첨단 정보통신 기업들이 그 선두에 섰다. 그런데 최근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 IT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화웨이 장비를 많이 쓰는 이동통신업계에선 “화웨이가 다른 업체 제품보다 가격은 30% 싸고 성능은 30% 좋다”는 말이 나온다. 화웨이가 “미국이 부탁해도 5G 장비를 미국에 팔지 않겠다”고 강하게 버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IT산업을 이대로 두면 결국 미국의 경제와 안보 독점권을 흔드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트럼프의 걱정일 것이다.

전 세계 패권을 둘러싼 이런 고래 싸움을 우리가 어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입을 악영향만은 최소화해야 한다. ‘화웨이 사태’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부정적 요인이 교차하지만, 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당장 화웨이 제품과 경쟁하는 기업엔 큰 호재가 되겠지만 다른 제품을 사야 하는 기업들로선 경제적 부담과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태가 길어지면 미·중 간 관세·비관세 장벽이 높아져 자유무역이 축소되고 교역이 감소하게 된다. 안 그래도 미·중 무역분쟁으로 6개월째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더구나 우리 내부가 굳건한 상황도 아니다. 생산·투자·소비가 일제히 악화하고, 1분기 10대 그룹 상장사 실적이 40% 이상 격감하는 등 경기가 좋지 않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현명한 대응이 절실한 때다. 한국 경제는 교역으로 먹고살고 성장해 왔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에 이은 패권경쟁이 큰 암초로 다가왔다. 이럴 때 섣불리 한쪽의 손을 들거나 편을 드는 건 위험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최대한 양쪽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한국의 국익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시나리오에 따른 정책적 준비와 대응논리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화웨이 사태가 사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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