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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단독]“삼바, ‘오로라’ 단어 파일 삭제…분식회계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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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에피스 증거인멸 확인…‘의혹 규명 핵심 열쇠’로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대응 위해 ‘오로라 프로젝트’ 가동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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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측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들의 노트북 자료를 삭제하면서 넣은 키워드에 ‘오로라’ ‘옵트 인(Opt-in)’ 같은 단어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키워드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규명하는 핵심 연결고리라고 본다.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8월 말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와 보안선진화 TF는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에피스 직원들의 컴퓨터에 전문 검색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러 키워드가 들어간 파일을 영구 삭제했다. 키워드는 ‘VIP’(대통령)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합병’ 등 익숙한 단어뿐 아니라 ‘오로라’ ‘옵트 인’ 등 생소한 단어도 포함됐다.

‘오로라’는 삼성 측이 미국 바이오젠의 삼성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행사에 대응하려고 만든 프로젝트 이름이다. ‘프로젝트 오로라’는 2015년 7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가동됐다고 한다. 오로라 담당자들은 향후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에 대비해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 지분을 되사는 논의를 진행했다. 바이오젠은 2017년까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고, 프로젝트 오로라는 지난해 초 금융위원회의 삼성바이오 감리 직전까지 이어졌다. 콜옵션은 원할 때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삼성바이오와 함께 삼성에피스를 세운 미국 바이오제약 회사인 바이오젠은 삼성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 삼성에피스 주식을 49.9% 수준까지 취득하는게 가능했다.

삼성바이오가 향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와 삼성에피스의 지분 재매입을 가정한 뒤 관련 논의를 진행한 사실은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삼성 측이 분식회계를 부인하며 내세운 주장과 충돌한다. 삼성 측은 2015년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다고 했다.

바이오젠이 2015년 콜옵션을 행사하면 바이오젠의 삼성에피스 주식이 늘어나고 삼성바이오는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삼성바이오의 삼성에피스 주식 재매입 시도는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삼성에피스는 ‘지분매입’ ‘재매입’ 관련 파일을 삭제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3월 이 프로젝트의 자문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압수수색해 재매입 관련 자료를 지운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로라 담당자는 삼성의 옛 컨트롤타워인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소속 안모 부사장과 윤모 상무로 알려졌다. 안모 부사장은 지난해 5월5일 분식회계 의혹에 대응하려고 마련한 삼성 측 회의에 참석한 인물로, 이날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분매입’, ‘재매입’이 분식회계 의혹과 무관하다면 파일 삭제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고 본다.

‘옵트 인’과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도 ‘삭제 키워드’다. 옵트 인은 내가격 옵션(option in-the-money)의 줄임말로 추정된다. 내가격 상태에서 콜옵션을 행사하면 이득을 보게 된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내가격 상태에 도달했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컸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때 삼성에피스는 일부 복제약 판매승인을 이미 받았고, 란투스 복제약 등 출시가 임박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삼성에피스는 지난해 란투스 복제약 개발을 포기했다. 콜옵션 행사 가능성의 상승과 복제약 판매승인 또는 개발이 무관했다는 게 사후에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분식회계 의혹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 부회장 승계와 밀접하기 때문에 삼성 측이 분식회계의 세부 정황도 감추려고 ‘옵트 인’ 같은 단어가 든 파일도 삭제한 것으로 의심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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