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법원 "조현병 환자 위한 치료감호소 설립해야" 촉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고법, 폭행·상해 혐의 조현병 20대에 치료감호 선고
"조현병 환자 형벌효과 미미…가족 고통 국가가 분담해야"

조선일보

/조선DB


조현병 환자들의 연이은 범행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치료감호시설이 설립·운영돼야한다는 지적이 법원에서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는 23일 상해와 폭행죄로 기소된 이모(20)씨에게 1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에 치료감호 처분을 선고했다. 이씨는 중증 자폐장애와 강박장애, 조현병을 앓고 있다.

이씨에 대한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A씨에게 벌금 100만원과 치료감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씨 측은 형량이 무겁고, 치료감호 처분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치료감호 처분을 선고하는 게 타당한지를 놓고 고민했다. 이씨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심신장애인이고, 재범의 위험성도 인정되지만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공주 치료감호소에 사실조회를 했고, 감호소 측은 "자폐장애로 진단받은 사람이 수용돼 있지만, 약물복용 외에 자폐장애를 위한 언어·심리치료 과정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회신했다. 또 이 감호소에는 자폐장애 특성을 가진 이들의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도 없고, 특수 재활치료 과정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고민 끝에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공주 치료감호소에서 약물 복용은 지속할 수 있고, 가정 내에는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치료감호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시설을 설립·운영해 판결의 적정한 집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최근 조현병 환자의 범행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며 "조현병 환자나 자폐성 장애 환자들에게 형벌을 부과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며, 현재 가족들이 온전히 부담하고 있는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국가와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