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보고 있는 A 경위 옷 속에 뭔가 집어넣어
주먹 만한 물체 받고 그대로 돌아서 건물 빠져나가
민원인 "인사치레 요구…현금 100만원 줬다" 주장
내부 조사 나선 대구경찰청 "의혹 한 점 없게 조사"
23일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폐쇄회로TV(CCTV)엔 해당 경찰관이 민원인으로부터 뭔가를 받아 돌아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21일 오전 대구 북구 태전동 한 빌라 건물 1층 복도에서 민원인이 경찰관에게 다가가 조끼 아래로 주먹만 한 크기의 물체를 집어넣고, 경찰관은 그대로 돌아서서 민원인과 함께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이다. 그 과정에서 경찰관은 시종일관 휴대전화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
21일 오전 대구 북구 태전동 한 빌라 건물 1층 복도에서 민원인이 A경위의 조끼 아래로 뭔가를 집어넣는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됐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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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찰관은 대구경찰청 산하 강북경찰서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A 경위(51)로, 민원인 B씨로부터 현금을 받은 혐의로 대구경찰청 내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앞서 22일 확인됐다. 반으로 접은 1만원권 지폐 100장 뭉치를 민원인이 옷 속에 넣어주자 이를 받은 혐의다.
민원인 B씨는 “A 경위가 민원 처리를 마친 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인사치레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며 “사례비를 요구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집에서 현금 100만원을 들고 와 경찰의 조끼 안에 넣었는데 ‘고맙다’고 말하고 떠났다”고 주장했다. 집에 현금 100만원이 있었던 이유에 대해선 “사업 때문에 다음날 물건을 살 게 많아 미리 뽑아둔 돈이었다”고 설명했다.
발단은 21일 오전 2시쯤 벌어진 이웃 간의 주차 관련 시비가 경찰에 접수되면서다. 자신의 건물 주차장 진입로를 가로막고 주차한 이웃과 B씨가 말다툼을 벌이면서 경찰이 출동했다. 출동한 경찰 중 A 경위가 포함돼 있었다. 경찰 출동 후 약 30분 뒤 B씨와 이웃이 화해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A 경위가 다시 B씨를 찾아온 것이다.
B씨에 따르면 100만원을 건넨 직후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B씨는 112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신고했다. B씨는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을 했는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황당하게도 A 경위였다. B씨는 어떻게 A 경위가 왔는지 알 수 없으나 황당했다. A 경위가 ‘좋게 넘어가자’는 취지로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A 경위가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벨을 눌렀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A 경위가 B씨의 빌라 건물 출입구에서 벨을 누르고 서성이는 장면도 인터폰 화면에 찍혔다.
21일 오전 대구 북구 태전동 한 빌라 건물 앞에서 대구 강북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위가 민원인 B씨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벨을 누르고 있는 모습이 인터폰 화면에 찍혀 있다. [사진 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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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쯤 가족들과 함께 볼일을 보러 나선 B씨. B씨의 아들이 차량 조수석 쪽 바퀴 아래에 현금 뭉치 100만원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A 경위가 받은 돈을 아무 말 없이 그대로 그곳에 놓아두고 간 것으로 B씨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A 경위는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른다. 나도 오늘(22일) 오전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것만 전해 들었다. 전화상으로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23일 다시 A 경위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구경찰청은 민원인의 신고를 접수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민원인 B씨를 불러 3시간가량의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A 경위의 소환 조사 여부나 구체적인 조사 진행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강신욱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2대장은 “전반적으로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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