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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경찰조끼 밑으로 뭔가 쓱···CCTV에 걸린 '인사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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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보고 있는 A 경위 옷 속에 뭔가 집어넣어

주먹 만한 물체 받고 그대로 돌아서 건물 빠져나가

민원인 "인사치레 요구…현금 100만원 줬다" 주장

내부 조사 나선 대구경찰청 "의혹 한 점 없게 조사"

대구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민원인에게 사례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요구해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3일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폐쇄회로TV(CCTV)엔 해당 경찰관이 민원인으로부터 뭔가를 받아 돌아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21일 오전 대구 북구 태전동 한 빌라 건물 1층 복도에서 민원인이 경찰관에게 다가가 조끼 아래로 주먹만 한 크기의 물체를 집어넣고, 경찰관은 그대로 돌아서서 민원인과 함께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이다. 그 과정에서 경찰관은 시종일관 휴대전화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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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대구 북구 태전동 한 빌라 건물 1층 복도에서 민원인이 A경위의 조끼 아래로 뭔가를 집어넣는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됐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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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찰관은 대구경찰청 산하 강북경찰서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A 경위(51)로, 민원인 B씨로부터 현금을 받은 혐의로 대구경찰청 내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앞서 22일 확인됐다. 반으로 접은 1만원권 지폐 100장 뭉치를 민원인이 옷 속에 넣어주자 이를 받은 혐의다.

민원인 B씨는 “A 경위가 민원 처리를 마친 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인사치레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며 “사례비를 요구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집에서 현금 100만원을 들고 와 경찰의 조끼 안에 넣었는데 ‘고맙다’고 말하고 떠났다”고 주장했다. 집에 현금 100만원이 있었던 이유에 대해선 “사업 때문에 다음날 물건을 살 게 많아 미리 뽑아둔 돈이었다”고 설명했다.

발단은 21일 오전 2시쯤 벌어진 이웃 간의 주차 관련 시비가 경찰에 접수되면서다. 자신의 건물 주차장 진입로를 가로막고 주차한 이웃과 B씨가 말다툼을 벌이면서 경찰이 출동했다. 출동한 경찰 중 A 경위가 포함돼 있었다. 경찰 출동 후 약 30분 뒤 B씨와 이웃이 화해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A 경위가 다시 B씨를 찾아온 것이다.

B씨에 따르면 100만원을 건넨 직후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B씨는 112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신고했다. B씨는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을 했는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황당하게도 A 경위였다. B씨는 어떻게 A 경위가 왔는지 알 수 없으나 황당했다. A 경위가 ‘좋게 넘어가자’는 취지로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A 경위가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벨을 눌렀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A 경위가 B씨의 빌라 건물 출입구에서 벨을 누르고 서성이는 장면도 인터폰 화면에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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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대구 북구 태전동 한 빌라 건물 앞에서 대구 강북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위가 민원인 B씨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벨을 누르고 있는 모습이 인터폰 화면에 찍혀 있다. [사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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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쯤 가족들과 함께 볼일을 보러 나선 B씨. B씨의 아들이 차량 조수석 쪽 바퀴 아래에 현금 뭉치 100만원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A 경위가 받은 돈을 아무 말 없이 그대로 그곳에 놓아두고 간 것으로 B씨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A 경위는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른다. 나도 오늘(22일) 오전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것만 전해 들었다. 전화상으로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23일 다시 A 경위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구경찰청은 민원인의 신고를 접수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민원인 B씨를 불러 3시간가량의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A 경위의 소환 조사 여부나 구체적인 조사 진행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강신욱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2대장은 “전반적으로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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