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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팩트체크]ILO협약 비준시 전교조 합법화·공익근무요원 군복무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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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 비준해도 전교조 설립신고 다시 밟아야

"공익근무요원, 선택권 주면 ILO 협약 위반 미해당"

정부, 국회 ILO 협약 비준 동의안·법개정 동시 추진

이데일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권정오 위원장과 지역 지부장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법외노조 취소-해고자 원직복직 등을 요구하는 1박 2일 청와대 앞 노숙투쟁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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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정부가 비준 절차에 나서기로 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는 가운데 실제로 비준이 성사되면 어떤 것이 달라지게 될까.

우선 해고자나 실업자·소방공무원 등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관련 법을 개정하고 절차를 거치면 법외노조 처분을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합법화의 길이 열린다. 정부는 현재 대체복무의 형태인 공익근무요원·산업기능요원·전문 연구요원도 현역 복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보충역 제도 등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ILO 핵심협약이 비준된다고해서 전교조가 자동으로 합법화하거나 현재 대체복무 중인 공익근무요원이 바로 군에 입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2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힌 ILO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등 3가지다.

이 중 경영계의 반대가 가장 심한 협약이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87호와 98호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87호)은 ‘노동자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스스로 선택해 단체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단결권 및 단체교섭협약(98호)은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 고용 거부 등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노동자는 누구나 원하는 단체에 가입할 수 있고, 이를 이유로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강제노동 협약(29호)은 ‘모든 형태의 강제근로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교조, 새로운 설립신고 절차 밟아야 지위회복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에 관한 ILO 핵심협약 제87호는 국내법과 상충하는 부분이 많아 쟁점이 된다. 87호 비준을 위해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을 포함해 국내 노동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

ILO 협약 87호는 누구나 노조 가입을 가능하다고 명시해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노조법 제2조는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노조 설립 신고 제도에 관한 노조법과 시행령 조항도 87호 협약과 어긋난다.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노조가 설립 신고증을 받은 후에도 설립신고서를 반려할 사유가 생기면 정부는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에 의한 노조로 보지 않음을 통보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합법적 노조 지위를 상실하게 할 수 있는 제도인 법외노조 통보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현재 전교조의 합법화 여부와도 직결된다.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 10월 고용부로부터 ‘교원노조법 상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아 현재 법외노조 상태다. 당시 고용부는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한 전교조 규약이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다면서 법외 노조 통보했다. 교원노조법에는 현직 교원만 조합원 자격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관련 법안을 개정해 협약을 비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ILO 핵심협약을 비준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전교조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직권으로 법외 노조화한 전교조를 다시 합법화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이 장관은 “ILO 핵심협약 87호를 비준하려면 실업자도 교원 노조를 결성할 수 있도록 교원노조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전교조의 법외 노조화 문제는 교원노조법 개정이 먼저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법이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자동적으로 전교조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고, 개정된 법에 따라 새로운 설립신고 절차를 밟아 지위를 회복해야 된다”며 “이를 위해 우선 교원노조법 개정이 전제가 돼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공무원 노조의 가입 범위를 직급과 직무에 따라 제한하는 공무원노조법도 제87호 협약과 상충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회적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개선위 공익위원은 제87호 협약 기준에 맞춰 일반직과 별정직 공무원의 직급 제한을 삭제하고 노조 가입이 허용되는 특정직 공무원에 소방공무원도 포함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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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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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요원, 선택권 주면 협약 위반 소지 낮아

정부가 비준을 추진하려 하는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협약은 처벌의 위협에 따른 모든 형태의 비자발적인 노동을 금지한다. 다만, 의무병역법에 따른 순수한 군사적 성격의 작업은 예외로 인정된다.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9개국이다.

사회복무요원을 포함한 보충역(대체복무) 제도가 29호 협약과 상충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는 보충역 제도가 전적으로 협약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29호 협약이 비군사적 복무를 모두 협약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보충역 제도를 전면적으로 폐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처벌을 위협하기 위해 강제하거나 비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노동을 강제노동으로 규정한다. 특히 이 협약은 경제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며 “대체복무를 하게 된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충역 판정을 받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현역병으로 가거나 대체복무를 할 수 있 선택권을 주면 협약을 충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국내 예술체육요원·공익법무관·공중보건의사·전문연구요원 등은 복무 요건으로 일정 자격을 요구하고 있고, 본인의 선택에 따라 일부 소수에게 부과되는 복무라는 점에서 협약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산업기능요원의 경우는 기업의 신청이나 개인의 요청에 따라 병역지정업체인 기업에 근무하는 형태로 복무가 이루어지고 있어 ‘개인의 의사’가 일정부분 반영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협약 위반의 소지가 낮다는 것이 정부의 해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29호 협약 비준 전에 보충역 제도를 협약 내용에 위배되지 않도록 개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ILO에서도 개인의 의사가 반영되면 협약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집트와 터키가 징집병을 공기업이나 사기업에 배치한 사례도 개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반대에 ILO 핵심협약 비준 통과 ‘난망’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국회 비준 동의안 통과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 ILO 핵심협약 비준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하다”며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핵심협약의 내용은 우리나라 노사관계 토양에서 쉽게 판단하거나 청산하기 어려운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려 한다고 본다. 그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통령 공약달성을 위해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벌이기보다 국내 노동관계법을 좀 더 꼼꼼히 살펴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노동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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