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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통조림으로 만든 ‘정메기’에 와인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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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통조림

통조림 안주 파는 바(Bar)와 펍(Pub)

포르투갈 통조림 안주 선보인 ‘와인슈타인’

‘더캔펍’은 일본 통조림 활용 안주 내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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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 안주가 오고 있다. 다양한 해산물뿐만 아니라 채소까지 통조림 안주로 변신했다. 포르투갈과 일본에서 들여온 통조림을 정식 안주로 선보이고 있는 바(bar)와 펍(pub)이 있다. 일본에서는 통조림 안주를 선보이는 술집이 2002년부터 등장했으나, 국내에선 이제 막 생겨나는 추세다. 궁금한 통조림 안주 맛을 보러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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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메기’, 한 번 맛보면 멈출 수 없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회현동의 언덕을 올라 ‘와인슈타인’을 찾았다. 명동이 발아래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이곳은 와인 바다. ‘와인’과 ‘아인슈타인’을 합친, 기발한 이름의 이 가게 차림표에는 신기한 안주가 있다. 바로 포르투갈에서 온 통조림을 활용한 안주, ‘정메기 플레이트’다.

‘정메기’에서 무엇이 떠오르는가. ‘과메기’? 맞다. 과메기를 먹는 방법대로 통조림에 든 정어리를 먹는다. 정메기 한 상 차림을 시키면, 올리브유에 저장한 정어리와 배추, 김, 마늘 줄기, 마늘, 쌈장, 겨자 그리고 즉석밥이 담겨 나온다. 그래 봤자 정메기가 과메기를 따라갈쏘냐! 의심을 한 채 정어리 쌈을 제대로 만들어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얼굴 근육이 어쩔 줄 모르고 움직였다. 음식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맛있는 음식을 먹은 출연자들의 표정이 너무 과장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어쩌면 진실한 표정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입안 가득히 퍼져 나오는 (통조림에 들었는데도) 신선한 올리브유의 풍미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정어리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통조림의 성분을 보니 70%가 정어리, 29%가 올리브유, 1%가 정제 소금이다. 아주 단순하다. “정메기를 시범 메뉴로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 그걸 먹어본 단골손님이 꼭 정식 메뉴로 올리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 자르는 게 귀찮아서 안 올리려고 했는데,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이 와인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래서 김 자르는 귀찮음을 감수하고 메뉴에 올렸다.” 와인슈타인의 이효은 대표의 설명이다. 정메기와 더불어 ‘정어리와 비스킷’도 있다. 비스킷에 양념한 다진 양파와 토마토를 올리고 정어리를 한 점 올려 먹는 간단한 안주다. 이효은 대표는 “셰프가 없는 와인 바라서 거창한 요리를 내기 어려웠는데, 통조림을 활용하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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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슈타인에서 맛볼 수 있는 통조림은 포르투갈에서 온 ‘하미레즈’(Ramirez)다. 하미레즈는 대서양에서 난 갖가지 수산물을 통조림으로 만드는 회사로, 1853년에 설립됐으니 그 역사가 자그마치 166년에 이른다. “식품 사업 아이템을 살펴보니, 유통기한과 보관 문제가 컸다.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통조림’이었다.” 하미레즈 수입회사인 노바스텔라의 이한얼 대표가 설명했다. 그는 하미레즈의 맛도 맛이지만, 오랜 역사에 바탕을 둔 철저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자랑한다. 하미레즈는 100% 지분을 가진 하미레즈 가문이 5대째 운영하고 있단다.

이 대표는 “하미레즈의 캔으로 라면이나 찌개를 끓여 먹는 소비자도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식물성 기름(올리브유)을 쓴 제품이 많아, 식이조절이나 건강을 챙기려 사는 분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미레즈 통조림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살 수 있다. 또 한 가지 구매 방법은 와인슈타인을 찾는 거다. 문어, 대구, 참치, 오징어 등을 주재료로 한 하미레즈 통조림 19가지를 진열한 판매대가 있다. 이효은 와인슈타인 대표는 “통조림 겉모양이 예뻐 처음에는 인테리어에 활용하려는 생각으로 큰 기대하지 않고 숍인숍을 들였다. 그런데 예상보다 10배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정메기 등을 맛본 손님들이 집에서 와인에 곁들일 안주로 사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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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슈타인은 통조림 안주가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품격’보다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가격, 분위기 모두 초보자에게 문턱이 낮다. 와인슈타인 내부 벽면에 진열된 와인은 거의 2~4만원대다. 와인업계에서 오래 일한 이효은 대표의 개성을 반영한 결과다. “한국은 와인이 고급문화로 정착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캐쥬얼한 와인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정메기 등을 내놓으면서 이런 변화를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저렴하면서도 내 기준에 맞는 맛을 갖춘 와인을 찾기 어렵지만, 이런 콘셉트를 유지할 생각이다. 와인업계의 ‘언더그라운드’, ‘인디’를 담당하고 싶다”고 이효은 대표는 말했다.

■ 양송이 통조림, ‘혼술’엔 이거다 이거!

일본 오사카에 국내 여행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색 술집이 있다. ‘미스터 칸소’(Mr. Kanso). 오로지 통조림만을 안주로 내놓는 술집이다. 2002년 7월 1호점이 생겼고, 일본 전역에 44곳이 있다. 400여개의 통조림 안주가 술꾼들을 반기는 곳이다. 주방도, 요리사도 필요 없는 간소한 술집이다. 미스터 칸소의 ‘칸소’는 ‘간소’를 뜻한다.

한국에도 미스터 칸소의 운영 방식을 차용한 술집이 생겼다. ‘더캔펍 사운드온’이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더캔펍 사운드온’ 송파점을 찾았다. 더캔펍 사운드온은 ‘캔두스토리’에서 펼치고 있는 캔 안주 펍 브랜드다. 서명규 캔두스토리 대표는 “코쿠부(Kokubu)의 캔 안주 브랜드인 케이앤드케이(K&K) 제품은 2015년부터 들여오기 시작했다. ‘식품은 경험해봐야 산다’라는 소신으로 2016년부터 캔 안주를 내놓는 펍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더캔펍 사운드온 직영점과 가맹점의 수가 늘기 시작했다. 3년을 인내하고, 꾸준히 소신 있게 사업을 펼친 결과다. “2016년에는 잘 안 먹혔다. 보통 술집에서 간단한 마른안주를 기본 안주로 주지 않나. 그래서 굳이 통조림을 시킬 필요가 없는 거다. 그러다 이제는 조금씩 찾고 있다.” 서명규 대표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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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더캔펍 사운드온 송파점 점주가 그사이 양송이 캔 안주를 따 기자 앞에 내놓았다. “양송이 캔 안주가 제일 많이 나간다. 가리비나 정어리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김준 점주가 가리비 캔 안주를 따며 말했다. 조리 과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자레인지와 캔 딸 힘만 있으면 된다”고 서 대표가 덧붙였다. 양송이버섯과 가리비를 맛봤다. 목 넘김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맛이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일본식 양념이 계속 입맛을 다시게 한다.

캔 안주에 빠진 단골도 여럿이다. 일본계 회사에 다니는 양현성(38)씨는 일주일에 최소 5번은 더캔펍 사운드온 송파점을 찾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통조림 안주가 있는 줄 몰랐다가 알게 됐는데, 지금은 거의 매번 먹는다. 해산물을 워낙 좋아해서 정어리나 꽁치, 가리비 전혀 가리지 않고 찾는다. 통조림이니 맛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도, 낮지도 않지만 적어도 평균은 된다. 자주 먹었지만 적어도 내 입맛엔 아직도 맛있다”고 양현성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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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캔펍 사운드온은 혼술 시대에 딱 맞는 술집이다. “집 근처에서 계획하지 않은 지출을 해야 할 때 소비자들은 돈을 많이 쓰려고 하지 않는다. 그럴 때는 안주가 비싸면 거부감을 갖더라. 그런데 통조림 안주는 만원이 안 되니, 곧잘 찾는 것 같다.” 서명규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차림표를 보니, 과연 통조림 안주의 가격은 7500원이다. 캔두스토리가 들여온 19가지 종류의 케이앤드케이 캔 안주는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마트 등에서 팔리고 있고, 오는 6월부터는 일부 편의점에서도 판다. 그 가격은 3800~9000원. 가장 저렴한 게 3800원이라는 이야기인데, 펍에서 7500원에 판다니 많이 싼 편이다. 서 대표는 “더캔펍 사운드온에는 유통 마진을 붙이지 않고 공급하기 때문에 보다 저렴하게 캔 안주를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SC] 1943년 만들어진 군용 배급품을 맛본 사람?

오래된 캔. 저장기한이 길고, 보관성이 뛰어나다지만 만들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난 캔에 담긴 음식에 좀처럼 손이 가지 않을 듯싶다. 그런데 과감하게 오래된 캔을 탐험하는 사람이 있다. 유튜브에서 ‘Steve1989MREInfo’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스티브 토머스가 그 주인공이다. 구독자는 119만명에 이르고, 그가 올린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1억5400만회에 달한다.

채널 이름을 보면, 그가 다루는 영역을 확인할 수 있다. 엠아르이(MRE·Meal Ready to Eat)는 전투식량을 일컫는 말이다. 토머스는 전투식량 등이 담긴 캔을 그냥 눈으로 훑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실체를 확인한다. 그가 2017년 2월 <파이낸셜타임즈> 매거진 섹션에 자신을 소개한 글을 보면, 그가 오래된 군용 식량 탐험에 꽂힌 이유가 나와 있다. 그는 “1997년 처음으로 군용 식량을 먹었다. 그것을 먹고 ‘영웅들이 먹는 음식이야’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줄곧 그것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오래된 군용 식량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호기심을 느낄 내용이 가득하다. 한국 사람이 가장 관심 가질 만한 영상은 1951년 한국전쟁 때 배급한 기호품이 담긴 캔이다. 토머스가 2016년 이 캔을 열었으니 캔의 나이는 65살이나 된다. 밀봉한 캔을 열면 껌과 담배, 설탕이 등이 담겨있다. 이 영상의 댓글에는 실제로 한국전쟁 때 배급품 캔에 담긴 껌을 먹어본 한국인이 자신의 경험을 공개해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정연 기자





통조림 상온에서 보존이 가능한 것, 장기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 해동하거나 물을 첨가할 필요 없이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인 대표적인 가공식품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18년 가공식품소비자태도조사>를 보면 2021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9.7%가 최근 1년간 수산물 통조림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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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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