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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MT시평]주식을 보는 두 개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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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평론가]
머니투데이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청문회에서 주식이 문제가 됐다. 쟁점은 셋이었다. 하나는 재판과 연관된 기업의 주식을 샀다는 것. 또하나는 거래횟수가 5000회에 달해 일은 하지 않고 주식투자만 했느냐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공직후보자가 어떻게 35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앞의 2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쟁점은 법조계에 몸담은 부부가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되겠느냐는 것만 남았다.

한진그룹 승계문제가 발생했다. 조양호 회장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자식에게 경영권이 넘어가게 된 것이다. 문제는 상속을 받는 사람들이 돈이 없어 최악의 경우 상속주식을 팔아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이경우 주식 수가 부족해 대주주 지위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보수지와 경제신문에서 제기했다. 이런 우려와 함께 연기금의 경영참여와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비난도 덧붙여졌다. 대주주가 자유로운 결정을 할 수 없게 이런저런 참견을 할 뿐 아니라 약한 고리를 이용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함으로써 부당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둘은 우리나라에서 주식을 보는 시각이 얼마나 이중적인지를 보여준다. 법률상 상속을 받을 때는 세금을 내야 한다. 자기 자신의 노력 없이 태생적인 부분에 의해 재산이 늘어났기 때문에 다른 어떤 세금보다 세율이 높은 게 당연하다. 상속 과정에서 돈이 없으면 주식을 팔아야 하고 그 때문에 주식이 더 많은 사람에게 대주주 지위가 넘어갈 수도 있다. 선거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사람이 당선되는 것처럼 자본주의에서 더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최대주주 위치에 오르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미국 기업의 구조조정은 수많은 경영권의 변경을 통해 이루어졌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거쳐 기존 주주를 쫓아내는 건 물론 인수한 회사를 여러 개로 나누기도 하고 핵심 사업부문만 남겨놓고 나머지를 매각하기도 했다. 그 과정이 너무 가혹하다는 비난은 있었을망정 자본주의에 맞지 않다는 얘기는 없었다. 기존 대주주가 지위를 유지하고 싶으면 주식을 더 사거나 우호적인 세력의 협조를 얻으면 된다. 그것도 안 되면 회사를 잘 운영해 소액주주들에게 이익을 안겨줌으로써 경영자를 바꿀 필요를 못 느끼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이런 노력은 하지도 않고 대주주의 지위를 위협하는 일만 비난하는 건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에 가장 맞지 않는 행동이다.

이미선 재판관의 주식보유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돈을 부정하게 번 것도 아니고 부동산 투기처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고 얘기했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판사가 그렇게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게 국민정서에 맞느냐는 점을 내세웠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주식투자를 반기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문제 삼지도 않았다. 주식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공급하는 통로여서 국가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투자자산은 부동산과 주식밖에 없는데 주식이 부동산보다 문제가 덜 된다는 점도 주식을 용인해주는 이유였다. 이런 인식이 극명히 드러난 게 금융실명제 도입 때였다. 이자가 붙는 모든 상품에 세금을 물린 반면 주식은 시세차익에 과세를 하지 않아 돈이 주식시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허용했다.

이미선 재판관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과제 하나를 안게 됐다. 주식보유를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수 있느냐를 결정해야 하는데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재산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재산이 대부분 미국 국채와 머니마켓펀드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금리를 결정하는 최고 수장이 채권을 가지고 있는 걸 문제 삼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쯤 이런 너그러움을 가질 수 있을까.

이종우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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