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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수)

'코드 헌재' 후속편… 장관급 사무처장도 우리법 출신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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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멤버인 박종문 변호사… 헌재 인사·예산 총괄하는 자리

"재판관 9명 중 5명 진보성향 모임 출신, 이념 쏠림 심해질 우려"

조선일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으로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이었던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박종문 변호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장관급인 헌재 사무처장은 인사·예산 등 헌재 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현 정부 들어 임명된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우리법연구회 등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이나 변호사 단체 출신이 과반인 5명이다. 그런데 차기 헌재 사무처장까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채우려 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과도한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박 변호사를 헌재 사무처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그에 대한 신원 조회를 경찰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사무처장은 헌법재판소장이 임명한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도 우리법연구회 창립 회원이다. 박 변호사도 우리법연구회 초기 멤버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제주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09년 퇴임했다. 퇴임 직후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창립 멤버로 참여한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가 됐다. 우리법연구회 멤버였던 강 장관은 현재도 이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다. 박 변호사는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 '아름다운 재단' 3대 이사장도 맡고 있다. 이 재단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변호사 시절인 2000년에 창립한 공익 재단이다. 헌재가 그를 신임 사무처장 후보로 검토하는 데는 이런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사무처장은 헌재소장을 대신해 국회나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을 한다. 장관급이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헌재소장이 임명할 수 있다. 별다른 임명 요건도 없고 임기도 정해져 있지 않다. 현재 헌재 사무처장인 김헌정 처장은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월에 사무차장에 임명돼 2017년 10월 처장이 됐다. 법원 관계자는 "박 변호사를 후임 사무처장으로 검토하는 것은 결국 현 정권과 코드에 맞는 인사로 바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헌재는 이미 헌법재판관 과반수가 진보 성향 법관 모임과 변호사 단체 출신이다. 지난 3월 임명된 문형배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후신(後身)으로 평가받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이석태 재판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냈다. 헌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무처장까지 특정 성향 인물로 채울 경우 헌재의 이념적 쏠림 현상이 더 짙어질 것"이라고 했다. 헌재 측은 이날 박 변호사에 대한 신원 조회를 의뢰했는지 등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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