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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2년 계약·月 1000만원 보장' 문자에도… 손석희 배임 미수로 볼 수 없다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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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웅과 계약한 적 없고 내부 회의 열었다는 문자도 그를 달래려 없는 말 한 것"

조선일보

자신에게 폭행당했다고 신고한 프리랜서 기자를 상대로, 사건을 발설하지 않는 조건으로 JTBC 일자리와 억대 용역 계약을 제안한 혐의(배임)로 고발된 손석희(63) JTBC 대표에 대해 경찰이 "배임이나 배임 미수(未遂)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2일 "손 대표의 폭행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며 "다른 혐의는 불기소 의견"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그간 배임, 폭행,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프리랜서 기자 김웅(48)씨에 대해선 손 대표에게 취업을 요구한 혐의(공갈 미수)를 적용해 검찰로 넘겼다. 김씨는 지난 1월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술집에서 손 대표에게 폭행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손 대표의 교통사고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손 대표와 가까워졌다.

김씨가 공개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손 대표는 김씨가 폭행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자 이를 말리며 김씨와 2년간 용역 계약을 맺고 월수입 1000만원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손 대표는 폭행 사건 직후 경찰서에 가려는 김씨에게 "풀고 일하자" "나 너 일 좀 시켜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은 "본인 폭행 사건을 무마하려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행위"라며 손 대표를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은 배임이 아니라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배임이 성립되려면 용역과 관련된 계약이 성립하는 등 좀 더 실질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임은 미수도 처벌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실행 착수 자체가 없기 때문에 미수로도 볼 수 없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손 대표는 지난 1월 김씨 측에 "책임자 회의를 통해 (용역·투자에 대한) 세부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회사 내에서 큰 틀의 논의가 이뤄졌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찰은 JTBC가 김씨의 용역 관련 회의를 열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김웅씨의 흥분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있지도 않은 회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JTBC 관계자들의 진술과 손 대표가 제출한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라는 것이다. 거짓말했다는 뜻이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법률사무소 이세의 김기수 변호사는 이에 대해 "회의 여부에 상관 없이 '2년 계약' '월수 1000만원 보장' 등 상당히 구체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배임 미수에는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관련 회의가 열리는 등 좀 더 구체적인 행위가 있어야 실행 착수로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 서부지검 관계자는 "앞으로 손 대표 등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배임 등 혐의를 다시 판단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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