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에게
‘부회장 보고’ 파일 삭제 지시 혐의
삼성전자 부사장 2명도 영장 청구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에피스가 지난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이재용 부회장 통화 내용과 미국 바이오젠 관련 대응방안 보고 내용 등이 담긴 파일을 삭제한 정황을 포착했다. 바이오젠은 삼바와 함께 합작사 형태로 에피스를 설립한 미국 기업이다.
에피스 고위 간부들은 지난해 7월 ‘부회장 통화결과’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라는 이름의 공용 폴더에 저장된 파일 2100여개의 삭제를 지시했다. 지난해 7월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삼바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한 회의가 진행되던 시점이다. 당시 회의에선 검찰 고발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같은 정황은 지난달 29일 구속기소된 에피스 양모 상무 공소장에 적혔다고 한다. 검찰은 양 상무의 증거 인멸이 이재용 부회장이나 옛 그룹 미래전략실 후신인 삼성전자 사업지원TF로부터 지시를 받아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김태한 삼바 대표를 비롯해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에서 ‘부회장’이라고 하면 이 부회장을 뜻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증거인멸을 지휘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를 구속했다. 이들은 “자체 판단에 의해 문건을 삭제했다”고 주장하다가 구속 뒤에는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고 한다. 조만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팀장(사장)도 소환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동문인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검찰은 에피스가 증거인멸 뿐 아니라 기업 평가 내용이 담긴 문건도 조작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해 3월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하던 금융감독원이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문건 제출을 요구하자 작성 시점과 콜옵션 가치 내용을 수정해 제출했다고 보고 있다. 에피스는 단백질 구조를 변형시키는 복제약으로 불리는 바이오시밀러의 개발과 상업화를 전담한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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