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한국에도 혐오범죄 있다]④문화콘텐츠 속의 혐오
‘종북·주사파’로 불러도 명예훼손 아니라는데…대법관 ‘반대의견’ 보니
이때 법조계 일각에선 나머지 대법관 5명의 반대의견에 주목했다. 박정화·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 등 대법관 5명이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 적대 그리고 배제하는 표현을 삼가고 성숙한 민주적 토론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며 변씨 발언은 명예훼손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정치인이자 공적 인물이라는 점보다 혐오·적대·배제의 대상이 된 피해자라는 점에 주목했다. 성별·장애·종교·나이·출신지역·인종·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혐오표현이 난무하고 규제 방안이 사회적 논쟁으로 불거진 상황에서 5명 대법관들의 견해는 상징적으로 해석됐다.
이들 대법관들 주장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질식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원에서 ‘종북·주사파’와 같은 표현은 공론장에서 소수자를 배제하는 표현이라고 대법관들은 판단했다. “반공주의가 강고하게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던 소위 보수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시기에 특정인이 ‘종북·주사파’로 낙인찍히게 될 경우 느끼는 두려움이나 공포는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가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에 대해 너무도 무감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대법원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쟁점이 된 사건의 판단을 내린 적은 아직 없다. 영화 <청년경찰> 소송에서 중국동포들을 대리하는 조영관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이 없는 상황에서 혐오표현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인정돼야만 민사책임을 지울 수 있다”며 “소수자에게 물리적 폭력 이상의 위축감이나 정신적 충격을 주는 혐오 행위를 어떻게 우리 법 내에서 해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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