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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KDI "최저임금 부작용 커지고 G2분쟁 악화땐 2.2%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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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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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은 것은 예견된 일이다. 지난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하향 조정하는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의 성장률 하향이 잇따랐고, 최근 들어 내수와 수출 둔화를 나타내는 지표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놓은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2.6~2.7%)를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부인한 셈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수치상의 성장률보다 앞으로의 경기 향방이다. 최근 성장률 둔화가 경기 사이클 변동에 따른 순환적 요인이라면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둔화세를 최소화하면 그만이지만 생산성으로 대표되는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 고갈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라면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 조치는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규호 KDI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순환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을 혼동할 경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수 국가에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것은 일부 잠재성장률 하락에 의한 구조적인 현상으로 판단되며, 향후 세계경제의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성장률 둔화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금융 시장 측면에서도 "미국의 장단기 금리 격차 축소 등 글로벌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세 둔화를 시사하는 금융 시장 지표 변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등 성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관론이 다시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KDI는 총평했다.

KDI가 이른바 '반도체 착시 효과'를 제거한 한국 경제의 지난해 성장률이 1.4%(전체 성장률은 2.7%)에 불과했다는 내용을 보고서에서 이례적으로 밝힌 점도 긴장감을 더한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최근 2~3년의 경제성장률은 이례적인 반도체 호황 덕분에 높게 나타났던 것이고,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 현재의 성장 전망이 한국의 본래 경제 상황과 가까운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의존도를 낮출 또 다른 주력 산업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현재와 같은 성장률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는 일명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성장률을 방어해 온 호(好)시절이 끝날 가능성을 대비하고 본격적인 경제 구조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KDI는 이 같은 경제 구조 개혁 목소리를 외면할 경우 2020년대엔 1%대 성장률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과 함께 이번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2020년대 연평균 성장률은 생산성이 2010년대 수준에 머물 경우 1%대 후반으로 예상되지만, 생산성을 제고한다면 2%대 초중반으로 전망된다"며 "비효율적인 요소 개혁, 인적·물적 자원 재배치, 형평성과 효율성의 균형적 향상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수치상으로는 금년 4분기, 아니면 내년 상반기가 (경기) 저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내년 상반기 바닥설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수치상의 반등이 본격적인 경기 회복(turn-around)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2.4%라는 올해 성장률 전망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같은 악재가 현재 수준보다 심각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초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 시간 단축 같은 노동시장 정책 부작용이 커지고 반도체 수요 회복이 지연된다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4%에서 2.2~2.3%로 추가 하향될 여지가 있다고 KDI는 봤다. 김 실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활동이 위축되고 민간소비 부문도 영향을 받으면서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OECD가 21일 "과거엔 낮은 생산성을 장시간 노동으로 보완해왔으나 이제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어려워졌다"며 "한국의 핵심 과제는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당부한 것도 이런 위험성과 같은 맥락이다. 완화적 통화정책의 필요성 역시 OECD와 KDI가 입을 모은 대목이다. KDI는 2분기 전망치인 1.2% 성장률 달성에 실패할 경우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지난해 9만7000명보다 확대된 20만명 내외로 예상했다. 작년 11월 전망 때 올해 증가 폭을 전년 대비 10만명 안팎으로 예상했다가 6개월 만에 2배로 늘린 것이다. KDI는 그 이유로 정부 일자리 정책에 따른 서비스업 고용이 증가한 점,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시장 정책 변경의 부정적 효과가 당초 예측보다 덜한 점을 꼽았다. 김 실장은 "여러 정책 효과가 취업자 증가를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을 놓고 KDI와 전날 OECD의 해석은 엇갈렸다. OECD는 "2019년 초에 일자리 시장이 개선됐으나, 1분기에 만들어진 대부분의 새로운 직업군은 사회복지와 의료 분야"라며 "노동생산성 증가가 동반되지 않는 이상 추가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한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OECD는 "2018~2019년 29%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취업을 어렵게 했다. 특히 미숙련 노동자들에게 더 그랬다"며 최저임금 급등의 악영향에 대해 KDI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정석우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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