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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공계 병역 특례 폐지 놓고 갈등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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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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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이공계 병역특례제도 감축을 강행할 방침을 세워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5월 국방부가 이공계 전문인력 해외 유출과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도입한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포함한 이공계 병역특례제도 폐지를 추진했지만 다른 정부부처와 기업, 대학,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이후 소강상태였지만 국방부가 인구수 감소에 따른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역특례 감축을 다시 밀어붙이기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갈등이 재점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효과적인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전문연구요원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이인구 국방부 인사복지실 인력정책과장은 "필요한 병력 충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대체복무제도를 감축하는 등 추가적인 병력 확보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며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과장은 "전문연구요원을 포함한 대체복무제도가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은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면서도 "국가안보에 대한 중요성보다 그 어느 것도 우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이 포함된 대체복무제도 폐지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 셈이다.

이에 토론회에 참석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과학계 인사들은 전문연구요원제도 감축 추진에 강하게 반대했다.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곽승엽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대체복무요원 중 전문연구요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8.1%,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불과하다"며 "연 1000명의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폐지가 국방력을 얼마나 강화시킨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민구 과학기술한림원 원장(서울대 명예교수)도 "해외 이공계 인력은 20대에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에 매진하는데, 한국만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군 복무로 인해 30대가 넘어서 박사학위를 받고 있다"며 "이공계 병역특례제도는 선진국과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폐지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준환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양성과장은 "우수 인재의 이공계 유입과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며 "대체복무 감축은 현역자원 부족 문제 해결의 근본적 대책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광형 KAIST 부총장은 "국방 패러다임은 기술을 통한 '스마트' 국방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병사 숫자만 생각하고 첨단 무기체계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병사 1000명을 늘려 국방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은 현시대 패러다임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문연구요원 선발을 둘러싸고 KAIST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과 교육부 산하 대학 간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현재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선발 인원은 연 1000명이다. 이 중 600명이 교육부 산하 113개 국공립·사립대, 400명은 과기정통부 산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에 배정됐다. 그런데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 할당된 400명은 무시험 선발인 반면 교육부 산하 대학은 영어와 국사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곽 교수는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시험을 앞두고 수개월간 영어 공부에만 올인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상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텝스 공부에 매달리는 것은 연구자 입장에서 볼 때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이공계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병무청장이 선정한 연구기관에서 연구개발(R&D) 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군복무를 대체하는 제도다.

2017년 중소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연구요원제도는 그동안 생산유발효과 1조3247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4623억원, 고용유발효과 4383명 등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했다. 특히 이공계 박사급 인력을 대상으로 한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제도는 국내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으면서 국내 대학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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