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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응급환자 살리기] ③내 옆에 심장마비 환자…심폐소생술 골든타임 '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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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3명만 심폐소생술 교육…1분 지날 때마다 생존율 7∼25% 낮아져

응급현장서 즉시 심폐소생술·자동심장충격기 시행하면 생존율 2배↑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응급실에 급성 심장마비 환자가 실려 오면 가족만큼이나 의료진의 속도 탄다.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불과 4분 남짓이기 때문이다.

심장마비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흔히 가족이나 직장동료, 행인 등에 의해 발견된다. 따라서 응급실에 옮겨지기 전에 현장에서 즉각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국민이 늘어나야만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질 수 있다.

22일 질병관리본부의 '급성심장정지조사 통계(2006∼2017년)'에 따르면, 지역사회에서 일반인이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비율은 2008년 1.9%에서 2017년 21%로 11.1배 높아졌다. 심폐소생술 교육이 확산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환자 생존율은 같은 기간 2.5%에서 8.7%로 3.5배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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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심장정지조사 통계(2006∼2017년)'
[질병관리본부 제공]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의 환자 생존율은 2017년 16.5%로 시행하지 않았을 때(7.9%)의 2배였고,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했을 때의 생존율은 45.7%로 그렇지 않았을 때(16.3%)보다 2.8배나 높았다.

이런 생존율 통계는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심폐소생술은 심장마비 환자에게 응급으로 호흡과 혈액순환을 보조해주는 구조행위다.

질병관리본부가 제작해 보급한 '한국형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보면 일반인이 시행하는 기본소생술은 ▲ 환자 반응 확인 ▲ 119 신고 및 자동심장충격기 요청 ▲ 환자 호흡 확인 ▲ 가슴 압박 및 인공호흡 ▲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 가슴 압박 및 인공호흡 반복 ▲ 회복 상태 확인 등 7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어깨를 두드리면서 "괜찮으세요?"라고 소리를 친다. 반응이 없다면 심장마비일 가능성이 크다.

119에 즉시 신고하고 주변에 큰 소리로 구조를 요청한다. 신고자가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교육을 받았고, 주변에 기기가 있다면 즉시 사용한다. 두 명 이상의 구조자가 있다면 한 명은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다른 한 명은 119에 신고하면서 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온다.

119와 연결된 후에는 스피커 통화를 통해 응급의료전화상담원의 지시를 받는 등 실시간으로 소통해야 한다.

가슴 압박 소생술을 시작하기 전에는 쓰러진 사람의 얼굴과 가슴을 10초 정도 관찰해 호흡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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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압박-인공호흡
[질병관리본부 제공]



호흡이 없거나 비정상적이라면 심장마비로 보고 가슴 압박을 시작한다. 가슴 중앙의 가슴뼈(흉골)를 반복적으로 압박하면 혈액을 순환시킬 수 있다.

이때 구조자는 환자를 평평하고 단단한 바닥 위에 눕히거나 등에 단단한 판을 깔아준 뒤 환자의 가슴 옆에서 무릎을 꿇고 선다. 한쪽 손바닥을 양 젖꼭지 사이 가슴뼈에 대고 그 위에 다른 손바닥을 평행하게 겹쳐 압박하되 손가락의 끝부분은 가슴에 닿지 않게 한다.

체중을 이용해 압박하면서 속도는 분당 100 ∼120회를 유지해야 한다. 환자가 성인이면 가슴 압박 깊이는 약 5cm(소아는 4∼5cm)가 되어야 한다.

인공호흡 방법을 모르거나 익숙지 않은 구조자는 가슴 압박에만 집중하면 된다. 인공호흡을 할 수 있으면 가슴 압박을 30회 한 후 인공호흡을 2회 연속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다른 구조자가 있으면 2분마다 교대한다.

인공호흡은 환자의 기도를 확보한 후 실시한다.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 턱을 들어 올리면 기도가 열린다. 구조자는 환자의 코를 막고 입을 환자의 입에 밀착시킨다. 평상시 호흡량으로 1초에 걸쳐서 숨을 불어넣고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지를 확인한다.

첫 번째 인공호흡에서 가슴이 올라오지 않으면 머리와 턱을 조정해 다시 인공호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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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질병관리본부 제공]



자동심장충격기가 도착하면 바로 사용한다. 상의를 벗겨 두 개의 패드를 포장지에 그려진 대로 환자의 가슴에 부착한다. 심전도 분석 후 심장충격이 필요한 경우라면 "심장충격 제세동이 필요합니다"라는 음성 지시가 나오고, 기기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 "심장충격 제세동 버튼을 누르세요"라고 지시한다.

버튼을 눌러 심장충격을 가한 후에는 지체 없이 가슴 압박을 시작한다. 심전도 분석 결과 "제세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안내되는 경우에는 가슴 압박을 계속하면 된다.

기기는 2분마다 심전도를 자동으로 분석해 제세동 필요성을 판단한다. 구조자는 환자에게 자동심장충격기를 계속 적용한 상태로 구급대를 기다려야 한다.

환자가 반응은 없지만, 정상적인 호흡을 하고 심장도 다시 뛴다면 회복 자세를 취하게 한다. 혀나 구토물로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환자의 한쪽 팔과 다리를 구부려 옆으로 돌려 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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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자세
[질병관리본부 제공]



이런 교육 동영상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알림·자료→교육자료→'심폐소생술' 검색)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심정지 발생 시 1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이 97%에 이르지만 1분이 지날 때마다 생존율은 7∼25%씩 낮아지고 4분이 지나면 50% 미만으로 떨어진다.

국내 급성 심장정지 발생 환자 수는 2006년 1만9천480명에서 2017년 2만9천262명으로 11년 동안 1.5배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로 심장정지 원인이 되는 만성질환이 늘고 있어 심폐소생술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심폐소생술 교육경험률은 2016년 전국 평균 28.3%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급성 심장정지는 신속한 응급처치 여부에 따라 생존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인다"며 "목격자가 올바른 방법으로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신고를 받은 119가 이송 및 응급조치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의료기관에서 통합적인 치료가 적절히 시행된다면 급성 심장정지 환자는 후유증 없이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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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심장정지조사 통계(2006∼2017년)'
[질병관리본부 제공]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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