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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 살리기] ①"응급실 갈까 말까" 고민하다 '골든타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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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 마비 '뇌졸중' 증상에도 왼손 식사하다 골든타임 '4.5시간' 지나기도

청심환 먹고 손 따다 지체 사례도…"처치 빠를수록 경과 좋아"

[※편집자 주 = 요즘 대형병원 응급실은 환자 과밀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치료를 받기까지 긴 대기시간을 버텨야 하고, 응급실은 병상과 의료진 부족에 시달립니다. 더욱이 감기와 두통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무작정 응급실을 찾는 바람에 중증환자들이 정작 응급치료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문제까지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그런가 하면 큰 병원 인근의 중소병원 응급실은 환자가 없어 공동화 문제를 겪는 실정입니다. 또 응급실에서 일하던 의사가 환자에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고, 술에 만취한 환자가 입원을 요구하며 흉기 난동을 부리는 등 의료진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환자들의 폭행·폭언도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에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연합뉴스TV, 대한응급의학회와 손잡고 국내 응급실 진료환경 개선을 통한 '응급환자 살리기' 대국민 캠페인에 나섭니다. 이번 캠페인은 국내 응급실 진료환경을 진단하고, 실제 위급한 환자가 응급실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기획됐습니다. 그 캠페인의 첫 번째로 '응급실 24시간 르포기사' 3꼭지를 송고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응급실 골든타임의 의미, '주폭' 환자의 문제점, 신속한 심폐소생술의 중요성 등을 조명하는 기획기사 4꼭지를 발행합니다.]

연합뉴스

줄 잇는 환자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응급실에서 구급차 이송 직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19.5.8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 김모(68)씨는 지난달 13일 정오께 점심을 먹다 갑자기 오른쪽 손에 힘이 빠지면서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김씨는 나이가 들어 손에 힘이 없다고 생각하고 식사를 마쳤다. 하지만 식탁에서 일어날 때는 오른발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걸을 때 김씨도 모르게 오른발이 바닥에 끌렸다.

김씨의 가족들은 김씨가 말을 할 때 발음이 어눌해진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대다수 병원 문이 닫힌 토요일 오후여서 주말에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틀 뒤인 월요일 김씨는 아침 일찍 동네 의원을 찾았다가 큰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응급실을 찾았지만 이미 처음 증상이 나타나고 45시간이 지난 뒤였다.

22일 응급의학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의 증상을 모르거나 가볍게 여겨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앞선 김씨의 사례다. 김씨가 첫 증상으로 숟가락을 떨어뜨렸을 때는 이미 뇌혈관에 혈전(피떡)이 생긴 상태였다.

이때 응급실을 찾아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혈관을 뚫으면 심각한 뇌세포 손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혈전용해제는 증상이 나타난 뒤 4시간 30분 이내에 투여하지 않으면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게 학계의 가이드라인이다.

골든타임을 넘긴 김씨는 혈전용해제 시술을 받지 못하고 뇌졸중 치료실에서 일주일간 치료를 받았다. 결국 손에 힘이 빠지는 위약감 증상과 언어장애가 남은 상태로 퇴원해 현재까지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뿐 아니라 대부분 응급환자의 경과는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좌우한다.

외상의 경우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대부분 환자가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또 패혈증, A형간염 등도 심한 열이나 뚜렷한 증상 또는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동반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게 된다.

하지만 심혈관계 질환은 팔다리 저림이나 가슴 통증 등이 일상생활에서 종종 느껴봤을 법한 증상과 비슷해서 이를 병의 신호인 '전조증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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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조기증상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처]



게다가 심뇌혈관계 질환은 과거 이상소견을 받은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도 환자들이 전조증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지난달 20일 응급실에 실려 온 박모(34)씨도 골든타임을 놓쳐 대화가 불가능한 수준의 언어장애가 남았다. 그는 올해 1월 자기공명영상법(MRI) 검사를 받고 뇌경색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그는 응급실에 오기 전날 밤까지도 몸 상태가 정상이었고, 오전 7시에 눈을 떴을 때는 몸이 느릿느릿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잠이 덜 깨서 행동이 느린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박씨와 함께 사는 어머니는 아침 일찍 외출했다가 오후 2시께 집에 돌아왔다. 이때 박씨는 의식이 저하된 채로 소변을 지린 상태였다. 이후 박씨가 응급실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 혈관조영술을 시행했지만, 혈관이 찢어지는 뇌혈관 박리가 확인됐다.

뇌졸중 '골든타임'은 통상 3∼6시간으로 여겨진다. 초기조치에 해당하는 혈전용해제 투여 골든타임은 4.5시간이지만 병원에 빨리 오면 올수록 치료 경과가 좋다. 전조증상이 나타났다면 언제 혈관이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기 때문이다.

뇌졸중의 대표적 증상은 한쪽 팔·다리가 저리면서 감각이 둔해지거나, 말을 할 때 발음이 새는 듯한 느낌(구음장애)이다. 두통이나 어지럼증, 균형감각 상실, 얼굴 감각 이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뒤늦게 병원에 온 환자들을 보면 식사를 하다 오른팔이 마비되면 잠깐 팔을 주무르다 왼손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족들이 저녁 늦게 귀가해서야 이상 징후를 알아채고 병원에 오게 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상 징후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더라도 막상 본인이나 가족에게 증상이 나타나면 별일 아닌 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증상이 심해질수록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골든타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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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갈림길..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동작구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한 중증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2019.5.8 uwg806@yna.co.kr



뇌졸중뿐 아니라 심근경색, 부정맥 역시 골든타임이 중요한 질환이다.

심장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은 발견 초기에 치료해도 사망률이 30∼40%를 넘는다. 보통 가슴 통증 등 증상이 발생하면 2시간 이내에 혈관을 뚫어야 하지만 의외로 체하거나 소화불량에 걸린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 역시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지만, 운동 등 외부요인으로 숨이 차는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김한준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가슴 통증의 경우 대부분 빠르게 응급실을 찾는다"며 "다만 통증이 약할 때는 체했다고 생각해 손을 따거나, 가슴 두근거림을 가라앉히기 위해 청심환을 먹는 환자들이 간혹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심장이 위장관과 붙어있어 일반인의 경우 심장질환을 소화계 증상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당뇨병 환자는 신경이 둔화한 상태기 때문에 통증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심장 관련 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모두 응급실에 달려갈 필요는 없다. 평상시 소화불량과 느낌이 다르거나 증상이 오랜 시간 지속하는 경우, 식은땀을 흘리거나 구토를 하는 증상 등이 있다면 응급실을 찾아 의료진의 판단을 받는 것이 좋다.

신 교수는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은 골든타임을 지킬 때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며 "일반인이 모든 응급상황 증상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뇌졸중과 심근경색만큼은 경각심을 갖고 초기 증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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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조기증상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처]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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