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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매경춘추] 프리미엄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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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990년대 초쯤으로 기억이 된다. 미국까지 가서 사온 선물이 'made in Korea'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지금의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었다.

우리가 만든 제품이 당당히 미국에 진출해서 팔리는 것이 어쩌면 자랑스러운 일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는 낭패감을 느꼈다.

상품은 상품 자체의 가치보다 그 상품을 탄생시킨 국가 브랜드 가치에 의해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국가 브랜드 가치는 국가의 경제력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 등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어쩌면 오랜 기간 국가와 국민이 행한 모든 활동의 종합 평가표가 바로 국가 브랜드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30여 년 전 'made in Korea' 상품으로 인해 낭패감을 느꼈던 이유도 그 당시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는 엄청난 수준으로 올라갔다. 영국의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브랜드 파이낸스가 발표한 2018년 국가 브랜드 가치에서 우리나라는 2017년에 이어 10위를 차지했다. 유명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만든 화장품을 외국 손님에게 선물하면 무척 좋아하고 만족해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에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가슴 뿌듯하고 벅찬 일이다.

하지만 국가 브랜드 가치를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일은 어려운 문제다.

어렵지만 가야 할 길. 그 해답은 바로 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에 영원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힘의 원천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를 더욱 고급화시키고 현대적 감각으로 세련되게 만드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있다. 우리가 우리 문화에 대해 한 가지씩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해외에 제대로 알리는 '대한민국 문화 홍보 대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추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회사, 단체 차원의 작은 움직임을 얘기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 이상의 'ARMY(팬덤)'를 가진 21세기 비틀스라 불리는 방탄소년단(BTS)의 폭발적인 인기는 탁월한 실력도 있지만 그들 노래 속에 세대를 아우르는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에 팬들이 공감을 하고 그 공감이 BTS만의 문화로 발전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세계에 통한다는 말이다.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필자가 속한 한국수입협회는 수많은 나라의 대사를 비롯한 외교관, 정부 관료 그리고 현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난다. '상품은 수입하지만 우리 문화는 수출한다'는 슬로건 아래 우리 문화 알리기 사업을 시작했다. 제일 첫 번째는 한글이다. 프리미엄이 붙은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에 더 많은 프리미엄을 붙이는 일은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홍광희 한국수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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