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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자24시] 버스·택시에 휘둘리는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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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5일 전국 버스 노조가 11개 지역에서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첫차가 다니기 직전 파업을 철회하거나 유보하면서 출퇴근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뭔가 마음속 찝찝한 구석이 있다. '이번 사태가 과연 해결됐느냐'는 물음이 남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번 파업은 노조가 내세운 명분인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 없는,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이었다. 실제 파업에 참가한 245개 업체 중 약 200개 업체는 이미 준공영제나 1일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어 주 52시간 준수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임금은 인상됐고 정년은 늘었다. 명분 없는 파업이라면 정부가 무기력하게 노조에 끌려다닌 것은 아닐까. 또 국토부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파업을 '막았다'고 말하는 게 온당한 것일까.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의 말은 이렇다. "협상이 타결됐다고 기사를 쓰면 안 된다. 사실 버스는 법적으로 지방 사무인데 지자체장들이 선거 때문에 요금을 올리는 데 부담을 느껴 중앙정부에 물귀신 작전을 쓰고, 국토부도 정치적으로 끌려간 것이다."

서울·인천과 환승할인으로 묶여 있는 경기도가 혼자만 올릴 수 없으니 국토부를 끌어들였다는 얘기다. 서울·인천은 이미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경기도의 동시 요금인상 요구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 경기도만 올리면 요금 인상분의 20%가량이 서울시로 귀속된다. 당과 정부가 이를 경기도가 가져갈 수 있도록 보증을 하고 나서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버스 요금을 200원 인상했다.

일각에서는 어쨌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요금이라도 올려 파업을 막았으니 정치력을 발휘한 것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을 줄 것이다.

그나마 국토부 입장에서 버스는 한결 쉬운 과제인지도 모른다. 택시를 생각하면 더 답이 없다.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 합의'가 있었지만 그 이후 제대로 진행되는 게 없다. 결국 내년 총선까지 이 상태로 시간이 흐를 가능성이 높다. 그때 정부는 또 어떤 선택을 할까. 재정 의존도가 높은 현 정부의 성향을 볼 때 재정지원은 예정된 수순 아닐까.

[경제부 = 김태준 기자 ianuariu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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