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 경위를 보면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의 안전불감증이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다. 한수원의 운영기술지침서에는 ‘열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하면 즉시 원자로를 수동정지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가동중단은 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매뉴얼에 따를 것을 지시한 뒤에야 이뤄졌다. 한수원은 “원자로가 위험수준에 이르기 전에 자동정지되도록 설계돼있다”고 했지만, 불의의 사고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2012년 고리 1호기에서 작업자들이 실수를 은폐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큰 사고를 숨긴 채 어물쩍 넘어가려 했던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원전의 안전관리도 주먹구구식이었다.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은 비전문가가 제어봉을 조작하는가 하면, 감독의무자는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총체적인 관리부실이 아닐 수 없다.
원전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오랜 기간에 걸쳐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남긴다. 이미 체르노빌 원전사고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경험한 바 있다.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더구나 한국 원전시설은 노후화되면서 위험성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한빛 2호기와 월성 3호기가 갑자기 가동중단되거나, 불꽃이 일어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사고가 난 한빛 원전 1호기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나아가 국내 원전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과 원전관리자들의 안전교육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원전 안전에 사고예방 이외의 방법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최신 뉴스 ▶ 두고 두고 읽는 뉴스 ▶ 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