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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 남편 진술에 '딸 살해' 들통난 친모…수면제·그물망·블랙박스가 핵심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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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남편과 친딸 살해한 친모…"남편 무서워, 도왔다"
1차 영장 기각되자…남편의 결정적 추가 진술 확보
수면제, 벽돌 단 그물망, 블랙박스…경찰 "휴가 반납, 증거찾기 올인"
경찰 2차 영장 신청, 친모 결국 구속…법원 "구속, 범죄 소명돼"

재혼한 남편과 함께 중학생 친딸(13)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친어머니 유모(39)씨가 구속돼 지난 20일 검찰로 넘겨졌다. 지난달 28일 범행 이후 22일 만이다. 친모는 "남편이 죽일까봐 무서워서 함께 있었을 뿐 난 딸을 죽이지 않았다"며 수차례 진행된 경찰 조사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계속 부인해왔다.

지난 2일 공범으로 지목된 유씨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수사팀인 광주 동부경찰서 형사들도 초조해졌다. "초지일관 혐의를 부인하는 유씨를 상대로는 확실한 증거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출산 휴가까지 자진 반납한 형사가 있을 정도로 집중 수사를 벌였습니다." 공철규 광주 동부서 형사과장의 얘기다.

공 과장은 남편 김모(31)씨의 진술에 주목했다. 수사 초기 때부터 일관된 김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높아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모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퍼즐 조각’이 맞춰지지 않는 상황. 경찰은 보강 수사로 김씨로부터 수면제, 그물망, 블랙박스에 대한 추가 진술을 확보하면서 ‘결정적 증거 3가지’를 찾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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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한 남편과 함께 13살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유씨가 지난달 30일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광역유치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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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딸 사체에 검출된 수면제 ‘졸피뎀’ 성분…진료기록·동영상 확보
결정적 증거 중 하나는 숨진 A(13)양의 몸에서 검출된 수면제 ‘졸피뎀’이었다. 경찰은 지난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이같은 부검 결과를 받고, 남편 김씨를 추궁해 "아내가 병원에서 처방받았고, 음료수에 타 살해 전 딸에게 먹였다"는 자백을 받았다.

경찰은 유씨가 범행 이틀 전 전남 순천의 한 병원에서 우울증을 핑계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을 처방받은 진료 기록도 확인했다. 유씨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증거가 확보된 것이다.

또 경찰은 남편 김씨가 범행 이후 버린 차량 블랙박스를 찾아내, 유씨가 수면제(졸피뎀)을 처방받기 위해 전남지역 한 병원을 찾는 모습의 동영상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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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벽돌 단 그물망…"친모 유씨가 딸 사체 유기 직접 가담"
또 다른 증거는 ‘벽돌 단 그물망’이었다. 경찰은 보강수사에서 "A양 시체를 가라앉히려 유씨와 함께 집 화단에 있던 벽돌을 그물에 매달았고, 이후 그물망을 그냥 버렸다"는 김씨의 진술을 추가로 확보했다.

경찰은 실제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4일 형사 10여 명을 광주 북구 장등동과 청풍동 등에 투입해 농로부터 쓰레기더미까지 곳곳을 뒤졌다.

한 시간 가량 수색을 벌였을 때, 농수로에서 붉은 깨진 벽돌이 발견됐다. A양 사체에 매달려 있던 마대자루 속 벽돌과 같은 것이었다. 김씨 진술과 일부 일치하는 증거물이 나오자 경찰은 수색을 계속했다. 10여 분 후, 벽돌이 달린 그물망이 추가로 나왔다. A양 사체를 유기하려 부부가 함께 만들었다가 은폐한 증거물을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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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성범죄를 신고한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김씨가 지난 1일 전남 무안군 한 농로에 세워둔 차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범행 당시 친모 유씨는 차량 앞좌석에 생후 13개월 아들을 데리고 앉아있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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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블랙박스…"범행 전후 행적 고스란히 녹화"
경찰은 지난 6일부터 이틀간 김씨가 버렸던 차량 블랙박스·장갑을 찾아내기 위해 경찰 100여 명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풀밭을 뒤지며 금속탐지기와 휴대용 스캐너도 동원했다. 보강 수사에서 김씨가 "사체 유기 직후 차량 블랙박스를 교외 지역에 버려 은폐했다"는 진술을 추가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찾아낸 블랙박스 영상에는 부부가 범행 전 경북 문경을 찾아 사체 유기를 미리 계획했던 정황, 범행도구를 구입·살해 당시 유씨가 동행했던 점 등 새로운 증거가 담겨 있었다. 유씨는 그동안 경찰조사에서 "시신 유기는 남편 혼자 한 것이고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블랙박스 영상에는 범행 전날 유씨가 김씨와 함께 목포 시내 철물점·마트에서 마대자루와 장갑, 노끈 등 범행도구를 구매하는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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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 유모(39)씨가 범행일인 지난달 27일 전남 목포시 목포터미널 근처에서 공중전화로 불러낸 딸을 검정색 승용차에 태우고 있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 /연합뉴스

이외에도 저수지 주변 폐쇄회로(CC)TV엔 유씨가 범행 이후 시신을 유기한 저수지에 두 차례 다시 찾아간 모습이 담겼다. 남편 김씨가 시신을 광주 동구 너릿재 저수지에 유기한 뒤, 이들 부부는 6시간쯤 뒤 이곳을 다시 찾아 시신의 상태를 다시 확인한 것이 조사됐다. 시신이 물 위에 뜨자 이들 부부는 낚시용품판매점에서 그물을 구입해 재유기를 시도했지만, 이미 사람들이 저수지 주변에 몰려있어 범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새로운 증거 확보를 확보하면서 지난 13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유씨에 대한 혐의는 ‘살인·사체유기 방조’에서 ‘살인·사체유기’로 바뀌었다. 1차 영장심사에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힌 법원은 지난 16일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사실이 충분히 소명됐다"며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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