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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고상한 `착한 척` 대신 직원부터 공감하는 `착한 기업`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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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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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42] 스타벅스는 커피만 파는 대신 '인간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고 더욱 풍요롭게' 한다. 에어비앤비는 '누구나 어디서나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레고는 '미래의 놀이'를 개발하는 게 기업 비전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이 되려면 고상한 목표를 추구하는 게 반드시 필요할까.

'착한 기업'이 돈도 잘 버는 시대가 왔다. 단지 저렴하고 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걸 넘어 기업은 이해관계자와 사회·경제적 영향, 환경적 가치, 다양성, 도덕성 차원에서도 기업의 책임감 있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각자 나름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나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기업 직원들이 고상한 목표에 공감할지는 정작 '고상한 목표'가 아닌 다른 요소에 달렸다.

프릭 버뮬렌(Freek Vermeulen)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에 '기업이 항상 이윤 너머의 목적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란 제목의 기고를 통해 '고상한 목적'을 추구하는 대신 기업은 '이익 추구'란 본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비즈니스의 거짓말'과 'Breaking Bad Habits' 등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며, 그간 기업과 비즈니스가 그저 관행이라서 해왔던 방식, 즉 '집단적 타성'에서 벗어나라는 조언을 해왔다.

그의 주장은 '착한 기업'이 공허하거나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다. 대신 기업이나 조직이 '국부적 의미(local meaning)'를 추구할 때 비로소 직원들부터 공감하고, 실천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때 '국부적 의미'는 사람들이 그들의 직무가 누구에게 어떻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고 이해하기를 통해 목적을 찾아내는 걸 뜻한다.

◆조언 ① : '이익 추구' 부끄러워 해선 안 돼…'선'을 실천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

버뮬렌 교수에 따르면 여러 기업과 브랜드는 좀 더 고상한 사회적 목표에 호소하는 사명(미션) 선언문 등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원래 취지보다 다소 사람들에게 냉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기업이 궁극적인 목적을 '이익'으로 명시하는 데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사실 생계 외에도 세상에서 '선'을 행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역시 '이익'이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이 더 많은 돈을 벌고 경쟁사를 꺾으려는 노력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 결과 경제는 성장한다.

물건을 팔고 타인과 경쟁하기 위한 '이기심'은 경제 성장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가난과 빈곤 문제를 해결한다. 버뮬렌 교수는 단순한 경제적 원조 대신 경제 성장이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고, 임금과 부의 증가가 범죄, 영양 실조, 영아 사망률, 정신 건강, 행복감 등 다양한 중요 사회적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버뮬렌 교수가 주로 활동하는 영국 사회에서도 헤지 펀드는 영국 교회로부터 회사를 무너뜨리며 번영하는 '은행 강도' 취급을 받지만 기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행동주의 투자자와 헤지 펀드는 실적이 저조한 기업의 붕괴를 가속화하지만, 이를 통해 회사와 전체 경제가 효율적으로 기능하도록 돕는다는 연구 결과사례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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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 버뮬렌 런던 비즈니스대 교수와 같은 대학의 댄 케이블교수가 맥킨지앤컴퍼니의 계간 보고서 `Mckinsey Quaterly`에 쓴 기사에서 밝힌 의미 있는 일을 만드는 4가지 실천 방법 /출처= 맥킨지쿼터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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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② : '국부적 의미(local meaning)'를 통해 직원부터 움직여라

이익을 추구하는 걸 부끄럽게 여길 필요는 없지만, 이익 추구와 동시에 환경을 보호하고, 직원을 챙기고,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도 중요하다. 버뮬렌 교수는 경쟁우위의 원천이 지속 가능성과 직원 복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기업은 반드시 고상하진 않더라도 직원들의 목적 의식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부적 의미'를 제공해야 한다.

'국부적 의미'를 제공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실천 전략은 4가지로 정리된다. 지난해 10월 버뮬렌 교수가 댄 케이블(Dan Cable) 런던 비즈니스대 교수와 함께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컴퍼니의 계간 보고서 'McKinsey Quarterly'에 쓴 기사 Making work meaningful: A leader's guide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익명성 축소(Reduce anonymity)'로 직원과 고객 사이에 더 인간적이고 깊은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기존 프로세스상에서 고객들과 면대면으로 정기적인 상호작용을 구축하고 직원들이 업무에서 누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지 학습해야 한다.

둘째는 직원들이 그들 업무의 파급력을 이해하는 걸 돕는(Help people grasp the impact of their work) 방법이다. 고객들을 초청해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가장 좋았던 점과 가장 안 좋았던 점을 묻고, 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직원과 팀이 어떻게 고객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 가능한지 물어야 한다.

셋째는 선한 업무를 인식하고 보상하는(Recognize and reward good work) 방법이다. 직원 간 때때로 서로가 한 좋은 일을 평가하게 해서 더 개선하고, 이에 대한 직원 개인만이 볼 수 있는 '좋아요' 시스템을 도입해 상호작용과 만족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은 업무를 더 큰 의미과 연결하는(Connect work to a higher meaning) 방법이다. 직원들에게 그들의 가장 중요한 직무에 관해 '왜'를 묻는 3~5개 질문을 주고 답하게 해야 한다.

버뮬렌 교수는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이 고상한 사회적 목표를 인위적으로 호소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리더가 웅장한 연설을 해도 효과는 전혀 없을 거라 주장한다. 경제적 이익은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다만 비즈니스 리더는 책임지고 사람들이 '이익의 사회적 힘'을 파악하게 도와야 한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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