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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목멱칼럼]이재명 경기지사의 정치적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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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재명 경기지사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할 경우 2심과 최종심은 남아있지만 일단 현재시점에서 볼 때, 이재명 지사는 자
이데일리

신을 옥죄고 있던 모든 의혹에서 벗어났음은 분명하다. 이 지사는 이제 도정에만 전념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이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원래 정치판은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모인 곳이라고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싸움 닭’이라고 불리는 이 지사가 현재에 만족할 것이라고는 좀처럼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지사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일단 정치적 방학이라고 할 수 있는 여름까지는 조용히 도정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신이 조용히 있고 싶어도 조용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그때부터는 모든 정당이 총선 모드로 전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친문과 비문간의 공천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내의 비문들은 이 지사를 자신들 계파의 선봉에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물론 양정철 민주정책연구원장은 당내에 친문, 비문의 구분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힘을 가진 인물의 대외용 언급이지 더불어민주당을 바라보는 당 밖의 인사들 중에 이 언급에 동감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내 비문들 중에는 공천 투쟁 과정에서 친문으로 ‘둔갑’하려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그다지 약발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친문들은 ‘순혈주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즉 비문이 중간에 아무리 친문이 되려 노력한다하더라도 권력의 핵심이 이들을 친문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문들은 결국 공천을 받기 위한 투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세력화를 꾀할 수밖에 없고 세력화를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바로 그 구심점의 하나로 이 지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이 지사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중앙정치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이 지사가 자신의 사람들을 지역구 혹은 비례대표에 ‘심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런 예측은 너무 나간 것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의사결정과정이나 권력구도를 볼 때 원외 인사 그것도 비문 원외인사가 공천과정에 힘을 써서 자신의 사람을 심을 수 있는 환경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사는 자신의 사람을 심기보다는 기존 비문 의원들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탬으로서 이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 지사가 중앙 정치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좀 더 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측면이 있다. 현존하는 권력에 반기를 드는 여당 대선후보는 한국 정치사에 없었다는 점이다. 즉 여당 대선 예비 후보들 중에 현재의 권력에 반기를 드는 인물이 있다면 그 후보는 여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없었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당들의 권력구조 혹은 의사 결정 과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지사가 앞으로 ‘큰 길’을 가는데 상당한 장애 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 지사가 걸어온 과정을 보면 투쟁을 통해 뭔가를 획득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런 특성을 가진 이 지사가 친문들에게 백기 투항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 설사 이 지사가 친문이 되고 싶어 한다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친문 순혈주의’가 친문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라고 할 때 이는 의미 없는 ‘굴복’이 될 수 있다. 바로 이런 환경들을 종합해보면, 이 지사는 지금처럼 ‘자신의 길’을 갈 것이라고, 아니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친문과 비문의 투쟁은 지금부터 시작이고, 그 한가운데에 이 지사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지사와 친문의 투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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