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준공영제는 2004년 시행될 때부터 기형적인 구조라는 지적을 받았다. 공공성을 담보하면서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살린다는 게 버스 준공영제 취지였는데, 허술한 제도로 세금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일반적으로 버스 준공영제는 공공기관이 운송회사를 소유하고 민간에 운영을 위탁하는 것을 말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민간이 소유한 버스회사의 운송 수입을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면서 적자가 생기면 지원하는 방식이다. 아무리 적자가 심해도 지자체가 수익을 보장해주다 보니 버스회사들은 서비스 개선이나 비용 절감 등 경영 효율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원금을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한 '꼼수'에 매달리게 된다. 이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 몫으로 돌아온다. 서울시는 시행 첫해인 2004년 1278억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수천억 원을 버스회사에 지원했다. 누적 금액으로는 3조7155억원에 달한다. 작년에는 예산 부족으로 지급하지 못했던 지원금을 더해 5400억원이 넘었다. 그런데도 서울 버스 노사는 올해 임금을 3.6% 올리기로 했으니 준공영제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게 아닌가.
현재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자체는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8곳이다. 이들 지자체가 준공영제로 쓴 지원금은 매년 1조원대다. 준공영제가 확대되면 더 많은 세금이 투입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 같은 기형적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세금으로 배당 잔치를 하는 버스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원금을 지급할 때 버스회사가 제출하는 서류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 더 철저하게 따지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버스회사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고 부당 수령한 지원금을 즉각 환수하는 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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