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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경찰, 거짓 핑계로 ‘자료 협조’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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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염호석씨 시신 탈취 사건…앞에선 진상조사위 꾸려 반성한다더니

정보국 “검찰이 압색” 열람 막아…검 “해당 문건 없다”

경찰 간부가 삼성에 수사 상황 건넨 또다른 정황 포착

경찰이 ‘고 염호석씨 시신 탈취 사건’과 관련해 과거사를 반성하겠다며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를 발족해놓고, 진상조사위가 당시 작성된 정보보고서를 달라고 요청하자 거짓 이유를 대면서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 고위간부가 염씨에 대한 수사 상황을 삼성 측에 건넨 또 다른 정황도 포착됐다.

20일 ‘고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진상조사위는 정보보고서의 작성자, 전파 경로, 수신처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경찰의 보고 시스템인 ‘정보관리프로그램(NPIS)’을 열람하게 해달라고 경찰청 정보국에 수차례 요청했다. 어떤 정보보고서가 ‘경찰서-지방청-본청’ 순으로 보고됐고, 본청이 하달한 지시사항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다. 경찰청 정보국은 지난 3월21일 진상조사위 회의에서 “검찰에서 NPIS를 압수수색해 관련 재판에서 증거자료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록을 추출해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거절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정보경찰의 정치관여·불법사찰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경찰청 정보국을 세 차례 압수수색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경찰청 정보국의 해명은 거짓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NPIS를 압수수색했지만 삼성 노조 와해 관련 문건이 아니라 정치관여 관련 문건이 대상이었다. 압수물 중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염씨 사건과 관련해 정보국 문건이 공개돼도 정보경찰 수사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앞에서는 정보경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해놓고, 뒤에서는 검찰 수사를 핑계로 개혁과 진상조사위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경찰청 정보국은 진상조사위에 “정보국은 공식적으로 모든 문서를 72시간 이후 파기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제공할 문건이 없다고도 했다. 검찰이 염씨 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도 경찰은 ‘72시간 폐기 원칙’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검찰은 2014년 5월17일 강원 강릉에서 염씨 시신이 발견된 이후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가 최평석 상무로부터 ‘강원지방경찰청장과 얘기 끝났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을 확인했다.

당시 강릉경찰서는 염씨의 마지막 휴대전화 사용 위치, 염씨가 강릉에서 발견됐다는 사실 등을 삼성 측에 알려줬다. 경남지방경찰청 하모 정보계장이 경남 양산경찰서의 김모 정보계장에게 삼성 측을 도우라고 지시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문건을 임의제출받아 ‘윗선’의 혐의를 확인하려 했지만 당시 경찰은 ‘72시간 폐기 원칙’으로 남아 있는 문서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찰청 김모 정보국 노정팀장과 양산서 하모 정보과장·김 계장 세 명만 기소됐다.

양홍석 변호사는 “72시간 폐기 원칙은 경찰이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사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봉쇄한다”며 “지난해 5월 경찰개혁위원회는 72시간 폐기 원칙을 없애고 정보이력제, 정보실명제 등을 도입해 모든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라고 권고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정보경찰은 비밀주의에서 벗어나 정보경찰의 공권력 집행을 사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서 공공성, 투명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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