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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은행권이 주목한 청년 스타트업](5)하루 매출·고객 반응 ‘알림톡’…“27만 자영업자가 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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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

경향신문

자영업자 등에게 매출과 재무정보, 고객 반응 등을 알려주는 재무관리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한국신용데이터의 김동호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까톡.” 오전 11시, 식당을 하는 홍길동 사장의 스마트폰에 ‘캐시노트’ 알림톡이 왔다. 오늘 8개 카드사에서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될 돈은 114만원. 내일은 98만원이 들어올 예정이다. 식재료를 공급해준 업체는 70만원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어제는 손님이 영 없더니 카드매출이 53만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수수료는 3700원이 발생했다. 어제 객단가(고객 1인당 수입)는 1만1000원이었다. 신규고객이 40%, 단골(재방문객)이 60%다. 카카오, 네이버,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에 등록된 고객들의 반응도 한눈에 볼 수 있다. “너무 맵고 짜요”라는 불만이 있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맛을 좀 더 순하게 해야 하나, 살짝 고민이 든다.

개인사업을 하면 가장 골치 아픈 것 중 하나가 자금흐름을 파악하는 일이다. 매일같이 카드사들에 접속해 매출액과 입금액을 확인하고 국세청에 접속해 세금계산서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600만 자영업자의 묵은 고민을 해결해 준 서비스가 한국신용데이터의 ‘캐시노트’다. 벌써 27만 사업자가 쓰고 있는 ‘히트상품’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김동호 대표(32)가 이끄는 청년스타트업이다. 김 대표를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캐시노트’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카카오톡에서 친구 등록만 하면 무료로 자신의 재무정보와 고객의 반응을 한번에 받아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매달 3만개씩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50만개 매장이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음식점 3곳 중 1곳이 쓰는 셈이다. 가입고객이 이처럼 빠르게 느는 것은 개인사업자들이 가려워하던 부분을 제대로 긁어주고 있다는 방증도 된다. 시계열분석과 상권분석이 포함된 주간·월간리포트가 제공되는 고급형 서비스만 연간 6만5000원(월5400원)을 받는다.

김 대표가 대학에 입학한 2006년은 정보통신(IT) 버블이 다 꺼졌던 때다.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선호했다. 김 대표도 막연히 그런 진로를 꿈꿨다. 인생의 방향이 바뀐 것은 병역특례 대체복무 3년 동안이다. 산업공학을 전공하며 통계학, 경영학 등을 공부했던 김 대표는 한 IT금융정보회사에서 인덱스펀드 알고리즘을 짜는 데 참여했다. 데이터마이닝(많은 데이터 가운데 숨겨져 있는 유용한 상관관계를 발견해 이용하는 것)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이 너무 매력적이더란다. 김 대표는 “무형의 데이터를 모아 재가공해 무형의 자산을 파는 것에 매료가 됐다”고 말했다.

복무를 마친 김 대표는 26살 때인 2011년 리서치업체인 아이디인큐(현 오픈서베이)를 창업했다. 아이디인큐의 기업고객이 1000개에 육박할 즈음 김 대표는 빠져나왔다. 김 대표는 “리서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사업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2016년 한국신용데이터 창업배경을 설명했다.

카드사 접속 없이 자금흐름 파악

카톡 ‘캐시노트’ 친구 등록 해결

창업컨설팅 안 받고 자력 성장

은행권창업재단 등 투자 100억


한국신용데이터는 정부의 창업컨설팅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성장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인 ‘디.캠프’의 시드투자를 시작으로 이달까지 신한카드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누적 투자금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마케팅·자금조달·세금신고 등

원스톱 솔루션으로 키워갈 것


5년 뒤 꿈은 캐시노트를 100만 사업자가 이용하는 매출·인사·자금조달·마케팅·급여관리, 세무신고 등을 모두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키우는 것이다. 사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정당한 수익을 얻자는 것이다. 막대한 수수료를 보장하겠다며 대부업체, 저축은행 등에서 제안해온 대출서비스나 광고를 거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사업자들에게 단단한 신뢰를 받는 오래가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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