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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기고]미-중 간 과학기술 패권 다툼과 일자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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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과학기술은 국가 발전 핵심 요소다. 과학기술 역량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지난 역사에서 볼 때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국가가 세계 경제와 일거리를 선점하면서 패권국으로 도약했다. 미국은 19세기 이후 전기·석유·철강·자동차·전자 산업을 이끌었다. 20세기 정보통신 산업과 과학기술을 주도, 현재도 세계 패권을 잡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세대(5G) 이동통신을 선점하기 위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무역전쟁의 본질은 과학기술 패권을 잡기 위해서다.

미국 입장에서 과학기술 선점의 의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필수 조건이다. 2017년 11월 미국 의회 자문 기관의 중국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생명공학 등 4개 분야고 AI 등 3개는 중국과 비슷하다. 나머지 2개는 중국이 앞선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현존 국제 질서 도전자로 규정했다.

AI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기술로, 미-중 간 과학기술 패권 다툼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분야다. 미국은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알고리즘 영역에서 활약하고, 인텔·엔비디아·AMD 등 연산 장치 제조 기업을 앞세워 AI 패권 국가로서 세계 시장을 이끌어 왔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과학 굴기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과학기술은 미국을 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분야에서 미국을 추격하는 중국 기세가 대단하다. 중국 국가위원회는 2020년까지 700억달러를 투자해 2030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AI 시장에서 지배자가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구 건수와 특허는 이미 미국을 제쳤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발표한 2017년 정보통신기술(ICT)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1.4년까지 따라잡았다.

빅데이터 분야에서 미국은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을 통해 세계 데이터를 선점하고 있다. 중국의 과학기술 패권을 위한 선봉에는 바이두, 화웨이, ZTE가 있다.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전략, 13억 인구가 생성하는 풍부한 데이터, 유연한 개인정보 활용이 강점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역사는 50년이 넘었다. 과학기술 시대별 정책과 목표를 세워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루는 성장 엔진이 됐다. 1960년대는 국가 과학기술 토대를 구축하고 1970년대는 국가 과학기술 체계를 형성했다. 1980년대는 기술 드라이브와 국가 연구개발(R&D) 체제를 확충하고, 1990년대는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과학기술 전략을 추진했다. 2000년대는 국가 과학기술 체제의 선진화를 구축하고, 2010년대는 창조 혁신을 통한 과학기술 선도 역량을 강화했다.

한국은 미·중 과학기술 패권 다툼에 낀 형국이다. 한국경제의 차세대 먹거리인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과학기술과 신산업 발굴 정책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산·학·연·정이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정책을 입안하고, 산업별 규제 장벽을 해결해야 한다.

둘째 미래 과학기술 정책에 현장과 기업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 미-중 간 과학기술 패권 다툼 형국에서 기업이 어떻게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지 긴밀히 협력하는 등 현장 맞춤형 정책으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에 맞춰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산업 정책과 기술 혁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특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넷째 과학기술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중 과학기술 패권 다툼 여파로 세계 경제 질서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한·미 동맹과 한·중 경제협력 관계를 조화롭게 추구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 미-중 갈등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박정일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겸임교수 tigerdrea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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