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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법정 가는 회계법인②] ‘갑’이 일감 주는 구조 문제…“회계법인 자유수임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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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피해 투자자 소송 전문가 김광중 변호사 인터뷰

-“부실감사로 얻는 이익이 더 커”…손해배상 소송 방지책 될 수 있어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금융 투자자 소송 전문가 김광중(42·사진)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회계법인들이 담당 회사의 분식회계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등 부실감사가 반복됐던 근본적인 이유를 기업과 회계법인의 ‘갑을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에서 일감을 수임하는 입장인 ‘을’ 회계법인이 ‘갑’인 기업에 쓴소리를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회계법인이 부실감사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부실감사를 해서 얻는 이익이 불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감사하고 보고서를 만든다. 가장 마지막 장에는 의견을 쓰는데, 재무제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적정의견’을, 부적격이라고 판단되면 ‘한정의견’ 또는 아예 ‘의견거절’을 낸다. 적정의견 외에는 모두 투자자에게 ‘위험 신호’로 작용하고 상장폐지의 사유가 된다. 지난해 징역형이 확정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알고도 적정의견을 냈던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진 기업에는 외부감사인을 지정해 기업과 회계법인간의 ‘짬짜미’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려 한다. 2018년 기준 상장법인 146개사가 외부감사 지정대상이 됐으나 이는 전체 2200여개 상장법인 중 1%도 안된다. 나머지 99% 회사는 여전히 자유롭게 회계법인을 선택한다. 김 변호사는 “결국 가장 근본적인 방법으로서 회계법인이 휘청거릴 정도로 손해배상소송을 계속 내서 부실감사로 얻는 이익보다 불이익이 더 크단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주식에 투자했던 투자자 355명을 대리해 삼성바이오와 삼정ㆍ안진 회계법인, 금융감독원, 국가를 상대로 84억여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그는 “이번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금감원도 피고로 포함했는데, 금융감독당국에서 투자자들이 민사소송 제기하는 것에 대해 자료 협조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에서 감리한 자료엔 분식회계와 부실감사에 대한 사실관계가 드러나 있다. 그 감리 결과에 따라 증선위에서 행정제재로서 과징금 부과 또는 당해 회사에 대한 감사제한조치를 취한다. 김 변호사는 행정제재는 딱히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부실감사가 문제된 회계법인에 부과된 과징금은 최대 16억원이다. 김 변호사는 “분식회계로 취득한 이득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과징금은 너무 적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투자자가 내는 민사소송에 금감원이 작성한 감리 자료를 입증자료로 내도록 제도화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금감원에서 회계법인이 잘못했다고 판단해 징계를 내려놓고 막상 비밀보호를 이유로 자료를 제출 안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비판했다. 공정거래법에는 ‘손해배상청구의 소가 제기되면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하여 당해사건의 기록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기업의 담합 사실로 인해서 손해를 본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공정위는 조사한 자료를 민사법원에 넘겨주게 된다. 공정위 자료 없이 소비자 입장에서 기업의 담합 사실을 입증하고 어떻게 담합을 했는지를 스스로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회계법인과 관련된 자본시장법과 주식회사외부감사에관한법률 (외부감사법)에는 이런 조항이 없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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