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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장래희망' '인생목표' 점점 획일화한 대한민국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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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장래희망, ‘교사’ ‘과학자’ ‘공무원’ 순…현 20대 안정지향적인 직업 많이 원해 / 10명 중 6명 이상 “학창시절 장래희망과 별다른 연관 없는 삶 살고 있다” / “현재 하는 일과 공부가 만족스럽다” 전체 38.6%만 동의…소득·학력 수준에 비례 / 삶의 만족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시간적 여유’ 꼽아…청년세대가 중요하게 바라봐 / ”일과 생활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인식 급증한 20대(16년 59.6%→19년 70.8%)

사람들은 누구나 나름의 ‘꿈’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런 꿈과 목표에는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반영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구성원이 대체로 어떤 꿈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나 가치관을 보여주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지금처럼 고용불안과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안정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할 수 밖에 없는데요.

어린 학생들이 공무원을 장래희망으로 꿈꾸는 것도 결국 이런 사회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일 것입니다.

요즘 한국사회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꿈을 꾸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인 듯 합니다.

세계일보

학창시절 장래희망은 ‘교사’ ‘과학자’ ‘공무원’이었으며, 지금의 20대가 ‘교사·공무원’이 되는 것을 가장 많이 바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현대인의 ‘꿈’과 ‘목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안정지향적이고, 시간적 여유가 많은 직업을 선호하는 가운데, 대부분 과거에 지녔던 장래희망과는 관련이 없는 일과 공부를 하면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먼저 학창시절에 간직했던 장래희망을 살펴보면, 성인들은 과거에 교사(25.6%, 중복응답)를 가장 많이 꿈꿨던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과학자(19%)와 공무원(14.4%)이 장래희망이었다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교수(12.3%), 의사(12%), 경찰·형사(11.4%), 작가(11.4%)가 되고 싶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한창 꿈을 현실화시킬 나이인 현재의 20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교사(20대 32.8%, 30대 22.4%, 40대 24.4%, 50대 22.8%)와 공무원(20대 22%, 30대 12%, 40대 10.4%, 50대 13.2%) 등 흔히 안정적이라고 평가되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그만큼 지금의 청년세대가 ‘안정지향적’인 삶을 추구한다는 해석도 가능케 하는 결과일 것입니다.

실제 각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삼았던 이유를 살펴보면, 교사가 장래희망이었던 사람들의 경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싶다(38.3%, 중복응답)는 바람과 함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34.4%)는 점 때문에 교사를 꿈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공무원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76.4%, 중복응답)는 부분에 대부분 매력을 느낀 모습이었던 반면 과학자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이유(49.5%)가 크게 작용했으며, 교수는 명예로운 직업이라서(57.7%), 의사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48.3%) 장래희망을 많이 삼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어릴 적 장래희망과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창시절에 장래희망이 있었다고 밝힌 응답자의 63.3%가 지금은 전혀 그것과 관련이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꿈꾸던 일과 공부를 하기에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고(50.7%, 중복응답), 성적이 좋지 않다(36.9%)는 것이 장래희망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주된 이유였습니다. 반면 학창시절의 장래희망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일과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9.2%에 불과했는데요.

현재 장래희망과 유사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27.5%)은 어느 정도 존재했으나, 대체로 학창시절의 꿈과 목표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일·공부에 대해 전체 38.6%만 만족스럽다고 응답

그렇다면 현재 업으로 삼고 있는 일과 공부에는 얼마나 만족을 하고 있을까요?

전체 10명 중 4명 정도(38.6%)만이 지금 하는 일과 공부를 만족스러워한다고 응답했을 뿐입니다. 아예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20.7%)가 많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현재의 일과 공부에 썩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는 해석을 가능케 합니다.

상대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공부에 만족도가 높은 연령대(20대 43.2%, 30대 34%, 40대 34.8%, 50대 42.4%)는 20대와 50대로, 2016년 조사(20대 32.8%, 30대 32.4%, 40대 34%, 50대 33.2%)에 비해 두 세대의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직업별로는 교사·공무원(69%)과 전문직(54.1%)의 만족도가 높고, 직장인(34.7%)과 전업주부(24.7%)의 만족도가 낮은 특징이 두드러졌는데요. 일과 공부에 대한 만족도가 학력 수준(고졸 이하 27%, 대졸·대재 39.4%, 대학원 이상 49.5%) 및 소득 수준(월평균 200만원 미만 27.1%, 300만원 미만 30%, 400만원 미만 35%, 500만원 미만 38%, 600만원 미만 41.5%, 600만원 이상 56%)과 비례한다는 것도 주목해볼 부분입니다.

현재 하는 일과 공부에 만족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일을 해내고 있다는 자부심(40.4%, 중복응답)을 그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28.1%), 나만의 시간과 생활을 가질 수 있으며(26.5%), 스스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서(21.6%) 만족해하는 모습도 많이 엿볼 수 있었는데요.

세계일보

그에 비해 만족스러운 소득과 급여 수준(16.1%)에서 이유를 찾는 시각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반면 지금 하는 일과 공부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발전이 없이 정체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46.7%, 중복응답)는 이유와 함께 불만족스러운 소득 및 급여 수준(44.3%)에 대한 불만을 많이 토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소득과 급여 수준이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보다는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을 때 일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밖에 일에 재미를 못 느끼고(30.8%), 내 능력에 부족한 것 같아서(27.2%) 현재의 일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습니다.

◆"업무와 개인생활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인식 20대에서 매우 강해져

직업을 그저 생계수단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전체 22%만이 직업은 돈을 버는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바라본 것으로, 연령에 관계 없이 이런 생각(20대 21.6%, 30대 26%, 40대 20.8%, 50대 19.6%)은 적은 편이었는데요.

오히려 10명 중 8명(80.5%)은 직업을 통해서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서 직업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으며, 일은 생활의 일부라고 바라보는 시각(75.9%)도 상당했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일과 생활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증가하는 추세(16년 60.9%→19년 63.9%)로, 아무래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사회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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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른 연령에 비해 20대가 일과 생활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인식(20대 70.8%, 30대 64.8%, 40대 62.4%, 50대 57.6%)이 뚜렷했는데, 2016년 조사(20대 59.6%, 30대 66.4%, 40대 62.4%, 50대 55.2%)에 비해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20대의 태도가 유독 강해졌다는 사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20대가 교사와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많이 가지고 있던 이유도 나만의 시간과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태도가 강해진 것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향후 5~10년 내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 "원하는 만큼의 목돈 만드는 것"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의 ‘꿈’과 ‘희망사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전체 83.3%가 저마다 다양한 유형의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막연하게나마 미래에 대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로 기간을 한정할 경우에는 전체 76.5%가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 조사(78.8%)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목표는 원하는 만큼의 목돈을 만드는 것(53.7%, 중복응답)이었습니다.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39.3%)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현재 일·공부 분야에서 경력을 쌓거나(32.2%), 다양한 자격증을 획득하고 싶다(30.2%)는 목표도 많은 편이었습니다.

세계일보

현대인들의 삶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만의 시간’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시간적 여유(46.7%, 중복응답)를 꼽는 사람들이 단연 많은 것으로, 이런 인식이 2016년 조사보다 크게 증가(16년 37.5%→19년 46.7%)한 변화가 눈에 띄었는데요.

시간적인 여유가 삶의 만족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은 청년 세대(20대 56.8%, 30대 50.8%, 40대 44.8%, 50대 34.4%)가 가장 확고해 보였습니다. 앞에서도 20대는 일과 생활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만큼 ‘워라밸’이 젊은 층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지(44.9%)와 좋은 배우자를 만났는지(39.6%), 그리고 취미생활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지(37.1%), 원하는 직업을 가졌는지(36.3%) 여부가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교사 꿈꾸는 학생 줄고 '유튜버' 희망하는 이들 늘어

한편 초등학생의 꿈 순위를 집계한 조사에서 과학자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대신 '유튜버'(인터넷방송진행자)가 처음 진입했습니다. 교사는 5년 만에 1위를 운동선수에 내줬는데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전국 1200개 초중고 학생 2만7265명, 학부모 1만7821명, 교원 28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6~7월 벌인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조사결과 초등학생 희망직업 1위는 9.8%의 선택을 받은 운동선수였습니다. 2위는 교사(8.7%)였는데요. 교사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1위를 지켜오다 2012년 한 차례 운동선수에 자리를 뺏긴 뒤 이듬해 바로 되찾았다가 이번에 다시 1위를 내줬습니다.

초등학생은 운동선수와 교사에 이어 의사, 조리사(요리사), 인터넷방송진행자(유튜버), 경찰, 법률전문가, 가수, 프로게이머, 제과·제빵사가 되고 싶어했습니다.

세계일보

많은 이들이 유튜버를 꿈꾸지만 실제 성공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꿈과 열정만으로 유튜버의 세계에 입문하기 전 자신의 콘텐츠 경쟁력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튜버가 초등학생 희망직업 10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입니다. 작년과 재작년 10위 안에 있었던 과학자는 12위로 떨어졌습니다.

중학생 희망직업은 교사가 1위였습니다. 경찰, 의사, 운동선수, 조리사(요리사), 뷰티 디자이너, 군인, 공무원, 연주·작곡가,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개발자가 뒤를 이었는데요.

고등학생 희망직업 1위도 중학생과 마찬가지로 교사였고, 간호사, 경찰관, 뷰티 디자이너, 군인, 건축가·건축디자이너, 생명·자연과학자 및 연구원,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개발자, 항공기승무원, 공무원 순이었습니다.

교사를 꿈꾸는 학생 비율은 중학생과 고등학생 각각 11.9%와 9.3%로 10여년 전인 2007년보다 7.9%포인트와 4.1%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가장 안정적인 직업으로 꼽히는 공무원은 오랜만에 고교생 희망직업 10위에 복귀했는데요.

2012년까지만 해도 희망직업 세 손가락 안에 들던 공무원은 2014년 10위 밖으로 떨어졌다가 1년 후 9위로 잠시 10위권에 돌아왔습니다. 이후 다시 순위가 하락해 2016년과 2017년에는 13위를 기록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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