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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사설] 준공영제 확대 앞서 버스업계 경영ㆍ회계투명성부터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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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청주시 시내버스 노조가 사측과의 막판 줄다리기 끝에 이날 예고한 파업을 철회했다. 청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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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동시 버스파업이 정부의 준공영제 확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버스요금 인상으로 급한 불을 껐다. 버스 사업이 만성적 적자에도 불구하고 노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서민의 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예산 투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버스업계에 투입되는 막대한 재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쓰여왔고 또 쓰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없지 않다. 이미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여러 지차체의 예산 지원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 준공영제는 200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인천 제주와 경기 일부 광역버스로 확대됐다. 한해 지원 규모를 보면 부산이 1,134억원, 대구 1,110억원, 인천 1,079억원 등으로 결코 적지 않다. 규모가 제일 큰 서울시의 경우 매년 3,000억원이나 되고 지난해의 경우에는 그 동안 밀린 지원금을 더해 5,400억여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버스 회사의 운영 실태를 보면 이런 막대한 지원금이 공익을 위해 쓰이는 것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 적지 않다. 서울 시내버스 41개사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상호출자한 상당수 버스 업체가 순이익의 약 70%를 배당에 써서 소수 주주에게 지급했다.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배당 성향이 68.8%로 상장사 평균의 2배다. 적자 노선 유지를 위한 필요 경비 지원이라는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다. 전국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버스 회사들은 대표 친인척을 임직원으로 두는 사례가 많고 실제 근무하지 않는데도 급여를 지급해 빼돌리다 적발된 경우도 한둘이 아니다. 버스조합에 맡기는 회계감사부터 독립성을 강화하고 투명화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지원을 하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타당한지 제대로 확인할 구조를 갖추지 못한 문제가 크다. 적자와 적정 이윤을 계산하는 토대는 표준운송원가인데 이를 산정하는 자료를 버스업체가 제출하는 회계서류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앙ㆍ지방 정부가 객관적인 원가 산정 역량과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혈세 퍼주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런 문제를 선결하지 않으면 자칫 준공영제 시행의 취지마저 바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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