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일사일언] 슬픔 없이는 명곡도 없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조소정·뮤지션


어렸을 때 눈물이 많았다. 조금만 혼이 나도 눈물을 쏟았다. 무릎에 작은 상처가 났을 때도, 병아리를 하늘나라로 보냈을 때도, 친구랑 싸웠을 때도…. 언제나 아낌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찌나 눈물이 많았는지 눈물샘이 바다만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은 좀처럼 울지 않는다. 슬픈 영화를 봐도, 운명이라 생각했던 사랑을 떠나보낼 때도, 기대했던 일이 물거품이 되어도 의연하다. 슬픔은 배차 간격이 일정한 버스 같아서, 하나가 지나가면 금세 또 다른 슬픔이 찾아온다. 그래도 우는 법은 없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슬픔에 익숙해졌다.

잠 못 드는 밤이면 떠나 보낸 줄 알았던 슬픔들이 찾아와 괴롭힌다. 내게 슬픔은 언제나 물음표다. 그렇게 만들어진 곡 '물음표가 가득한 나의 밤'의 가사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뭘까' '별일까' '감당해야 하는 벌인가' '저 하늘에 수많은 별처럼 될 수 있을까' '되지 않는 게 좋을까' 같은 질문들로 가득하다. 마음을 괴롭히던 문장들을 입으로 뱉어 음을 붙이고, 그 속에다 질문들을 가둬버리니 조금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이런 복잡한 과정 없이 어렵지 않게 슬픔을 쏟아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더 강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멜로디는 피아노 검은 건반과 하얀 건반이 조화를 이룰 때 탄생한다. 그 멜로디는 누군가를 위로하기도 하고 즐겁게도 한다. 우리 삶도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이 함께 있는 피아노와 다르지 않아서 행복이 있는가 하면, 슬픈 일도 함께 일어나는 법이다. 흰 건반이나 검은 건반만 갖고 명곡은 탄생하지 않는다.

나는 내 슬픔을 보내주기 위해 불면의 밤을 보내며 가사를 쓰고, 곡을 붙이고, 노래를 불렀다. 당신도 스스로를 괴롭히는 밤이 있다면, 마음에 살고 있는 모든 문장을 입 밖으로 꺼내 뱉어버렸으면 한다. 오래가는 감기처럼 우울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내게 말해주고 싶다. 밖으로 뱉어낸 슬픔과 흘려보낸 눈물은 보석이 되어 우리의 밤하늘에 별이 될 거라고….

[조소정·뮤지션]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