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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도 넘어서는 ‘여경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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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 경찰 대응 논란 왜

경향신문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의 한 술집 앞에서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른 피의자를 여경이 제압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어서 여경이 주취자에게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주변 상인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구로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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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여성 경찰이 남성 주취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며칠째 지속되고 있다. 경찰이 전체 2분 분량의 현장 영상을 공개하며 “정상적 업무수행”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여경 개인에 대한 비난을 넘어 ‘여경 무용론’까지 번졌다. 하지만 사진 한 장이나 짧은 영상만으로 여경 전체에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주취자 제대로 제압 못해”

SNS 짧은 영상 비판 일자

경찰 “정상적인 업무수행”

전체 영상 공개하며 반박


논란은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약 14초 분량의 영상에는 2인 1조의 남녀 경찰관이 지난 13일 밤 구로동의 한 술집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남성 2명과 대치하는 장면이 담겼다. 주취자 ㄱ씨는 남성 경찰의 뺨을 때리고, 이에 남성 경찰은 즉각 ㄱ씨의 팔을 비틀며 제압한다. 이때 또 다른 주취자 ㄴ씨가 남성의 체포 행위를 방해하기 위해 다가온다. ㄴ씨는 길을 막아서는 여성 경찰을 옆으로 밀치며 남성 경찰관의 목덜미를 잡아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성 경찰관이 피의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고 무전으로 지원 요청만 했다는 비판 여론이 잇따랐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은 1분59초 분량의 전체 영상을 공개하면서 “인터넷에 게재된 영상은 피의자가 여성 경찰관을 밀치고 남성 경찰관의 목을 잡는 것에서 종료되지만, 실제로는 여성 경찰관이 피의자를 무릎으로 눌러 체포를 이어갔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여성 경찰관의 무전 사용 역시 정상적 업무 수행의 일환이었다고 했다. 경찰은 “공무집행 과정에서 경찰관이 폭행당한 경우 ‘필요시 형사나 지역 동료 경찰관에게 지원을 요청한다’는 현장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상을 본 일선 경찰관들도 “여경의 업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다. 주취자 진압 업무가 많은 일선 지구대 팀장은 “남자 경찰도 주취자가 주먹을 갑자기 휘두르거나 본인보다 덩치가 큰 사람이면 제압이 힘들다”며 “이 상황에서 동료 경찰관에게 지원 요청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여경의 현장 대응이 논란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한 경찰공무원 사이트에 “차가 뒤집힌 교통사고 현장에 여경 4명이 출동했지만 아무 일도 하지 못했고, 시민 남성 혼자서 피해자를 구출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이때도 여경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시민들이 차량 안에 갇힌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었고 여경들도 사고 차량 문을 잡는 등 적극적으로 사고 처리를 했다고 해명했다.

현장 경찰관들은 모든 여성 경찰의 신체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뿐더러, 물리력을 사용하는 범인 제압이 경찰 업무의 전체도 아니라고 말한다. 일선서 생활안전과 과장은 “여경들 중에서도 남성 못지않게 운동신경과 신체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여성청소년과 소속 한 경사는 “남성 경찰관에게 조사를 받지 않으려는 여성 피해자들도 많은데, 여경을 폐지하면 이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여성 신체 능력 비난 초점

“전문성 부정한 일부 편견”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짧은 영상만 놓고 여성 경찰관의 대응을 질타하고 여경 제도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경찰로서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편견이 작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윤지·탁지영 기자 sharpis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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