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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의료계 ‘정치 입김’에 또 가로막힌 의료개혁…‘수술실 CCTV’ 법안 발의 하루 만에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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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의사 눈치보기’ 여전…음주진료 처벌 등 잇단 무산

공동발의 의원 5명 입장 번복

안규백 의원 측 “다시 발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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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수술’ 등 일부 병원들의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법안이 발의된 지 하루 만에 철회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사고에 대한 환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많지만, 의사 등 의료인단체의 반대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국회와 환자단체 등에 따르면,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의료인이나 환자가 요청할 경우 수술실에서 CCTV로 수술 장면을 촬영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동료의원 9명의 동의를 얻어 대표발의했다. 일부 병원들이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환자 몰래 의료기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수술을 맡기다 사망 사고를 내면서 수술실 CCTV 설치가 대안으로 등장했다. 특히 지난 4월 분당차병원의 ‘신생아 사망 사건 은폐 의혹’이 불거지며 법안 발의는 급물살을 탔다. 제왕절개 수술 중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도 이를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경기도는 이달 1일부터 도립의료원 산하 6개 모든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환자단체는 CCTV 설치 법제화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100일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렵게 나온 법안은 접수 다음날 5명의 의원이 각종 이유를 대며 발의를 철회하면서 유야무야됐다. 민주당 김진표·송기헌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동섭·주승용 의원,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 등 공동발의한 의원들 5명이 입장을 번복하며 폐기됐다. 이들 의원실은 철회 이유에 대해 “보좌관이 잘못 서명했다” “쟁점 법안인데 다시 살펴보니 좀 과도한 내용이 있었다” “주변 의사들의 우려로 철회하게 됐다” 등의 입장을 내놨다.

환자단체들은 의사들이 반대한 법안들이 이전에도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었던 만큼, 의원들의 ‘의사 눈치보기’가 여전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그간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의 면허를 규제하는 안부터 ‘음주진료’ 처벌, 공공의대를 설립해 부족한 의사 수를 늘리는 안 등 여러 쟁점 법안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CCTV 설치법안 역시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입법에 실패했다. 이들 법안 모두 의사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법안이었다.

일각에선 지역구를 관리해야 하는 의원들의 특성상 의사들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에게 지역 의사회는 회원들의 수나 지역에 끼치는 영향력, 재정 규모 등을 볼 때 무시할 수 없는 이익단체라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의 면허를 규제하는 법안을 논의하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의사들이) 지역 의료단체를 동원해 지역구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토로가 나오기도 했다.

수술실 CCTV 설치법안 발의에 실패한 안규백 의원실 측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대리수술 근절을 위해 CCTV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공론화 기회가 사라진 것은 문제”라며 “국회는 법안 발의를 통해 수술실 CCTV에 대한 공론화의 장을 마련해야 하고, 대한의사협회도 공론화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의료인의 진료가 위축돼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의료행위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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