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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법 불신 탓?... 대법원 상고 사상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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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단에 불복 급증...작년 6.6만건으로 5년새 28%↑

대법관 1인당 4,000건 달해 사건 76%가 '재판없이 기각'

증원·상고허가제·상고법원 설치 등 대책 논의 서둘러야

최근 사법불신 극대화로 법원 판단에 승복하지 않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마지막 법적 절차인 대법원을 찾는 사건이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관 수는 그대로인데 접수되는 사건만 폭증하다 보니 상고 사건 10건 중 8건은 여전히 재판도 없이 기각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19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총 6만5,944건을 기록, 기존 최대치였던 2017년(6만2,075건)보다 3,869건이 더 늘었다. 5년 전인 2014년(5만1,575건)에 비하면 무려 27.9%(1만4,369건)나 더 증가했다.

소송 요건을 갖춘 본안 사건만 놓고 봐도 지난해 접수된 사건은 총 4만7,979건으로 전고점인 2017년 수준(4만6,412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2014년(3만7,652건)과 비교하면 1만 건 이상이나 더 늘었다. 재판에 참여하지 않은 법원행정처장과 수십 건에 불과한 전원합의체 선고 사건에만 참여하는 대법원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1인당 연간 4,000여 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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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사건을 제외하고 대법원에서 처리된 소송 중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된 사건의 비중은 58.4%(1만3,181건)를 기록했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주요 사건을 충분히 심리하기 위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고육지책이다. 표면적으로는 2017년 77.4%(1만4,397건)보다 20%포인트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교통사고를 계기로 보험사·판사·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무차별 소송을 낸 이른바 ‘소송왕’ 정모씨 통계가 포함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민사·행정·가사 부문 전체 처리 사건 2만2,566건 가운데 소권남용으로 상고장이 각하된 정씨 사건만 5,380건에 달했다. 이를 제외하면 사건 처리 건수는 1만7,186건으로 줄어 심리불속행 기각률도 76.7%로 올라간다. 2016년(71.3%)보다 높은 것은 물론 2017년(77.4%)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여전히 대법 상고 사건 10건 중 8건은 아무 이유 없이 심리도 않고 재판이 끝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 안팎에서는 상고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건 처리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지난달에는 대법원이 한진중공업 통상임금 사건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매출액 등 기초 수치조차 수차례 잘못 기재해 기업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3월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업무보고에 참석해 상고제도 개선에 대한 국회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면서 △대법관 증원 △상고허가제 △고등법원 상고부 △상고법원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회의 관심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 등에 쏠리면서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상고법원의 경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전방위 로비를 펼치다 구속 신세를 진 사안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언급을 조심하고 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우리나라에선 하급심에서 아무리 합의를 끌어내도 결국 3심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며 “법원에서 상고심 적체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데 국회에선 늘 현안에 밀린다”고 답답해 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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