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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오래 전 ‘이날’]5월18일 사과하면 뭘 하나요 차별은 여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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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99년 5월18일 사과하면 뭘 하나요 차별은 여전한데

경향신문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한센병 발언’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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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 의원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적절한 비유로 고통 받고 계신 한센병 환우들과 가족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전적으로 역사뿐 아니라 현실 속에도 존재하는 여러분의 고통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저의 잘못과 미숙함의 결과임을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1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향해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비난한 것을 두고 논박하는 과정에서 “대통령도 똑같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된다. 자신의 상처에 대해서 고통을 못 느끼는 병도 있다”며 한센병을 거론했습니다. 이후 오랜 세월 인권 침해와 사회적 차별을 받아온 한센인들을 비하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결국 사과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2009년 5월18일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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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10년 전 같은 날(2009년 5월16일)은 한센인들에게 다른 의미로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한승수 당시 총리가 개원 93주년을 맞은 국립 소록도병원을 방문, 과거 사회적 차별을 겪었던 한센병 환자와 가족에게 정부를 대표해 사과한 것인데요.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총리가 이곳에서 한센인을 만나기까지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면서 “그동안 사회적 냉대와 차별, 편견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 온 한센인과 가족 여러분에게 정부를 대표해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슴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현직 총리가 한센병 환자 진료·치료 기관인 소록도 병원을 방문하고, 한센병 환자에게 과거 정부의 과오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한센인들이 진정 차별에서 벗어날 날은 언제쯤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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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5월18일 문제적 기자들

경향신문

1989년 5월18일 경향신문 15면


‘기레기’라는 냉소적 표현이 등장하기 전, 각종 물의를 빚는 기자들을 가리켜 ‘사이비 기자’라 부르곤 했습니다. 이 기자들은 취재원에게 광고를 강요하거나 약점을 잡아 금품을 갈취하는 등 비리를 저지르며 사회 문제로 떠올랐는데요. 3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이 사이비 기자들이 대거 구속됐다는 소식이 실렸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문공부(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는 1989년 1월부터 3월까지 사비이 기자 73명을 구속하는 등 총 100명을 입건조치했다고 합니다. 많은 기자 숫자만큼이나 비리 유형도 다양했는데요. 광고 강요가 45건, 약점미끼 금품갈취 35건, 폭언 및 불법행위 37건 등이었습니다. 부당이권에 개입(10건)하거나, 가짜 기자증을 판매(8건)하는 사례도 있었죠.

사이비 기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그 피해가 커지면서 그해 7월 문공부는 이들의 비리유형 203건을 분류한 사례집을 3만부 제작해 각 기관에 배포하기까지 했습니다.

30년 사이 미디어 환경은 많이 변했습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매체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1인 미디어도 흔해졌습니다. 기자들이 기사를 무기로 ‘힘깨나 쓰던’ 시절도 이젠 끝났습니다. 하지만 사이비 기자, ‘문제적 기자’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기자·PD들이 익명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불법촬영물과 성매매 정보를 공유한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이 방 참가자 200여명은 ‘시가 흐르는 문학의 밤’이라는 대화방에서 성폭력 피해자 신상 정보가 담긴 사설정보지(이른바 지라시)를 주고 받는 등 언론인으로서 윤리의식이 부재함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경찰은 지난 13일 이 대화방 대화방 대화 내용 등을 갈무리한 사본을 입수, 분석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화방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언론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통렬한 반성과 성찰, 자정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미디어세상]성폭력 2차 가해 없도록 '언론의 변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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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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