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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130년 만에 kg 등 4개 기본단위 정의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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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11월 16일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개최된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국제단위계(SI) 기본단위 중 킬로그램(kg), 암페어(A), 켈빈(K), 몰(mol) 등 4개 단위에 대한 재정의가 최종 의결돼 오는 20일부터 공식 시행된다. [사진 제공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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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부터 킬로그램(㎏)을 비롯한 4개 단위의 기준이 불변의 상수 값으로 바뀐다. 기본단위를 정의하기 위해 만든 물체가 시간이 흐르면서 질량이 미세하게 바뀌는 등 일부 단위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밀과학 분야를 비롯한 정보통신, 나노소재 등 측정 기반의 첨단산업에는 큰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베르사유 '제26회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최종 의결된 질량 단위 kg, 전류 단위 암페어(A), 온도 단위 켈빈(K), 입자 수 단위 몰(㏖) 등 모든 단위의 표준이 되는 국제단위계(SI) 기본단위 4개에 대한 개정된 정의가 20일부터 공식 시행된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은 플랑크 상수, K는 볼츠만 상수, A는 기본 전하 값, ㏖은 아보가드로 상수로 정의된다. 이로써 첫 번째 기본단위로 ㎏이 처음 정의된 1889년 이후 130년 만에 모든 기본단위가 불변의 속성을 갖게 됐다.

SI 기본단위는 ㎏, A, K, ㏖를 외에도 길이 단위인 미터(m)와 시간 단위 초(s), 광도 단위 칸델라(㏅)로 이뤄져 있다. 7개 기본단위는 20여 개 다른 단위들을 정의하는 바탕이 된다. 가령 힘은 질량과 가속도를 곱한 값으로 힘의 단위인 뉴턴(N)은 ㎏·㎨으로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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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기본단위에 대해 재정의에 나서게 된 것은 기존 기준으로는 오차 발생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1㎏은 당초 높이와 지름이 각각 39㎜인 원기(原器) '르그랑K'(백금 90%, 이리듐 10%)를 통해 정의됐다. 하지만 시간이 100년 이상 지나자 원기 무게가 10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가량 가벼워졌다. 원기의 표면이 서서히 산화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원기를 기준으로 측정되는 모든 질량 값은 물론, 원자량이 12인 탄소 0.012㎏에 있는 원자 개수를 1㏖로 정의하는 기본단위 ㏖까지 덩달아 부정확해졌다. 박연규 표준연 물리표준본부장은 "㎏ 정의가 바뀌어도 체중계가 가리키는 체중은 전혀 바뀌지 않겠지만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미세 연구에서 마이크로 단위 오차는 치명적인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약품의 미세한 질량 차이는 효능이나 안전 문제와 직결되고 금과 같이 질량으로 값을 매기는 고가 물품은 미세한 질량 차이가 큰 금전적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절대온도 단위인 K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물이 고체와 액체, 기체 상태로 공존하는 온도와 압력 조건인 '삼중점'에 있을 때로 1K를 정의했지만, 동위원소(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 비율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전류 단위의 경우 1A를 측정하는 방법이 복잡한 데다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원형 단면적을 가진 두 개의 평행한 직선 도선이 진공 중에서 1m 간격으로 평행하게 유지될 때' 같은 측정 조건에 대한 기준도 모호해 측정 때마다 미세하게 값이 달라졌다. 하지만 기본단위 재정의로 이런 오차는 사라지게 됐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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