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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슈퍼리치 NOW](33)덴마크 왕실서 쓰는 로얄코펜하겐-1197번 장인의 붓질…‘아이스벨(얼음보관용 도자기)’ 7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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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웨어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은 덴마크 왕실과 인연이 깊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1775년 덴마크 황태후였던 줄리안 마리의 후원으로 설립됐다. 현재도 덴마크 왕실에 제품을 공급한다. 로얄코펜하겐 로고 속에 왕관이 들어간 것도 왕실과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서다(사진 참조). 왕관 밑에 자리 잡은 물결 세 줄은 줄리안 마리 황태후가 제안한 디자인이다. 각각 덴마크를 둘러싼 대벨트 해협, 소벨트 해협, 외레순 해협을 상징한다. 물결무늬 아래 쓰인 문구 ‘PURVEYOR TO HER MAJESTY THE QUEEN OF DENMARK’는 덴마크 여왕 폐하를 위한 납품업체라는 뜻이다.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덴마크 왕세자가 2004년 메리 도널드슨 왕세자비와 결혼할 때에도 로얄코펜하겐이 혼수용 식기를 만들었다.

한국에는 1994년 진출했다. 현재 서울, 경기, 부산, 대구, 여주 등에 매장 19개를 운영한다.

이미 국내 슈퍼리치 사이에서 로얄코펜하겐은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 내에서 한국 시장 규모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절대적인 크기만 보면 일본이 훨씬 앞서지만 성장 속도를 보면 한국 존재감이 만만치 않다. 로얄코펜하겐이 지난 2013년 외국 럭셔리 식기 브랜드 중에서는 드물게 밥그릇, 국그릇 등 한식기를 선보인 배경이다. 현재 총 7개 라인에 한식기가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한국 진출 25주년을 기념해 한국 야생화를 모티브로 만든 라인 ‘플로라 코리아니카’를 선보였다. 제품별 가격이 200만~400만원대로 덴마크에서만 생산한다.

가격이 10만원 이하인 엔트리급 상품도 있지만 슈퍼리치가 특히 관심을 보이는 컬렉션은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플로라 다니카(Flora Danica)’ 라인이 대표적이다. ‘플로라 다니카’는 ‘덴마크의 식물도감’이라는 뜻. 1790년대 덴마크 왕이었던 크리스티안 7세가 러시아 여제 예카테리나 2세에게 보낼 선물로 로얄코펜하겐에 주문하면서 탄생했다. 지금도 덴마크 왕실에서 사용하는 컬렉션으로 접시 하나 가격이 2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접시는 사실 저렴한 편이다. 접시보다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업 난이도도 높은 티포트나 와인 쿨러, 과일 바구니 등은 1000만~7000만원대를 넘나든다.

매경이코노미

덴마크 왕실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로얄코펜하겐 로고, 한식기 상품으로 꾸민 테이블, 전문 페인터가 플라워 모티브를 그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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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왕실과 역사를 함께한 브랜드

▷줄리안 마리 황태후 후원으로 설립

플로라 다니카 컬렉션도 플로라 코리아니카와 마찬가지로 덴마크에서만 생산하는데 초고가 라인답게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섬세하다. 접시 한 개 만드는 데 장인 최소 5~6명이 꼬박 일주일가량을 달라붙는다. 제품에 들어가는 식물 그림(플라워 모티브)은 전문 페인터가 수작업으로 그린다. 붓질 수천번을 해야 완성된다나. 게다가 이것을 해낼 수 있는 페인팅 장인은 덴마크에 총 13명밖에 없다. 테두리는 24K 금으로 도금하는데 이 작업은 전문 골드 페인터가 담당한다. 덴마크 내에 딱 2명뿐이다. 모든 플로라 다니카 제품 바닥에는 식물 그림을 그린 장인과 도금 작업을 한 장인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 이로 인해 세상에 똑같은 플로라 다니카 제품은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약간의 커스터 마이징(개인화)도 가능하다. 접시 중앙에 들어가는 그림은 식물 3000여종이 수록된 도감에서 고객 마음에 드는 것으로 선택할 수 있다. 과거 한 고객은 독실한 불교 신자라 보리수나무를 선택했다고.

이 밖에 슈퍼리치 사이에서 가장 대중적인 제품군으로 꼽히는 컬렉션은 ‘블루 풀 레이스’ ‘블루 하프 레이스’ ‘블루 플레인’인데 이들 역시 가격대가 상당하다. 예를 들어 ‘블루 풀 레이스’는 30만~40만원대 컵, 30만~100만원대 접시와 티포트 등으로 구성됐다.

‘블루 플레인'은 접시 한 장당 붓질 1197을 해야 완성되는 라인으로 40만원대 티포트, 30만원대 접시 등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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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플레인’ 컬렉션으로 꾸민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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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선보인 ‘플로라 코리아니카’ 컬렉션 접시와 찻잔, 7000만원대에 판매되는 ‘플로라 다니카’ 컬렉션 아이스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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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고객 압도적으로 많아

▷역사와 전통, 디자인이 매력 포인트

낱개로 구매해도 수십~수백만원, 세트로 구매하려면 적게는 수천만원부터 많게는 1억원 이상을 들여야 하는 로얄코펜하겐. 단골 고객은 어떤 사람들일까.

덴마크 왕족 이외에도 수많은 슈퍼리치가 애용한다. 직업으로 보면 전문직 종사자나 기업 임원, CEO가 주를 이룬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로얄코펜하겐 관계자는 “패턴을 넣지 않고 파란색을 주로 활용한 ‘블루 플루티드’ 시리즈와 검은색을 주로 써서 만든 ‘블랙 플루티드’를 비롯해 일부 제품은 남성 소비자 비율이 꽤 높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여성 고객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는 30~50대까지 비교적 폭넓게 분포돼 있다. 30대 고객 중에는 결혼을 앞둔 사람이 다수다.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많은 이유다. 본인이 쓰던 제품을 자녀나 손자, 손녀에게 물려주는 일도 다반사다.

슈퍼리치가 로얄코펜하겐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한국로얄코펜하겐 측은 “덴마크 왕실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244년이나 되는 역사와 전통을 갖췄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로 판단된다”고 분석한다.

고객관리에 공을 들인다는 점도 슈퍼리치를 사로잡은 비결이다. 지난해까지 한국로얄코펜하겐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매년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씩 티타임 강좌를 열었다. 티 소믈리에 강사가 차를 제대로 우리는 방법, 상황이나 취향에 맞게 차를 즐기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수업이다. 물론 강좌에는 로얄코펜하겐에서 만드는 고가 제품 라인이 사용됐다. 슈퍼리치 고객 입장에서는 수억원어치 테이블웨어를 이용해볼 수 있고 다른 VIP 고객과 교류도 할 수 있는 기회라 반응이 좋았다고. 올해에는 ‘플로라 코리아니카’를 시장에 내놓기 전 VIP 고객을 초대해 제품을 먼저 보여주고 판매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밖에 구입 후 2년 내 제품이 파손되면 무상으로 교환해주는 제도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디자인도 슈퍼리치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로얄코펜하겐은 유명 건축가, 디자이너 등과 협업을 활발하게 하기로 유명하다. 그간 네덜란드 아티스트 바우터 도크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가 로얄코펜하겐 제품을 디자인했다. 제품을 오랫동안 쓸 수 있도록 구상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오랜 역사를 보유한 브랜드인 데다 고객 중 상당수가 제품을 자녀에게 물려줄 것을 염두에 두고 구입하는 만큼 로얄코펜하겐은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일 때 기존 라인과의 조화를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한국로얄코펜하겐 관계자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되 모던함을 가미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이로 인해 다양한 연령대 고객으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몇십 년에서 몇백 년의 시차를 두고 만든 제품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점도 신선하게 다가가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8호 (2019.05.15~2019.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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