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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서정진의 도전장 "40兆 투자, 화이자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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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3조원을 투자하며 비메모리 분야에 도전한 것을 벤치마킹했습니다. 저도 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하겠습니다."

국내 바이오 1위 업체인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16일 인천시청 본관에서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세계 1위 제약사인 화이자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올리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매출의 40% 이상을 연구·개발(R&D)과 설비 확충에 투자해 세계 의약품 시장의 선두 주자로 부상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직·간접으로 11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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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세계 의약품 시장 선두로 오르겠다는 내용을 담은 ‘셀트리온 그룹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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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은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업계의 선두 주자이다. 세계 최초의 류머티즘 관절염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 등 3종을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지난해 9821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영업이익은 3386억원이었다. 서 회장은 "지금까지 영업이익의 40% 정도를 투자했는데 2030년까지 예상되는 영업이익의 40%를 다 더하면 32조원쯤 된다"며 "20조원은 R&D에 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1위 화이자 영업이익 넘을 것"

서정진 회장은 2030년까지 바이오 의약품과 화학 합성 의약품, AI(인공지능) 의료기기 등 크게 세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인천 송도에 거점을 둔 바이오 의약품 사업에는 25조원을 투자한다. 투자의 핵심은 R&D이다. 면역 항암제를 비롯한 2세대 바이오시밀러 20개 이상을 개발하고, 혁신 신약을 확보하는 데 1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현재 미국 화이자 매출이 55조원, 이익이 16조원인데 2030년쯤 되면 매출(30조원 목표)은 몰라도 이익은 화이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의약품을 연간 100만L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는 데 5조원을 투자한다. 이러면 셀트리온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업체가 된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연간 36만L를 생산할 설비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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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합성 방식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되면 누구나 쉽게 복제할 수 있으나 바이오 의약품은 살아 있는 세포로 만들기 때문에 후발 주자가 진입하기 힘들다. 특히 생산 설비를 갖추는 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반도체·조선 같은 장치산업의 성격을 갖고 있다. 셀트리온은 기존 국내 19만L 바이오 의약품 공장에 더해 20만L 시설을 먼저 짓고, 중국에 20만L, 국내외에 40만L급 공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충북 오창에 있는 셀트리온제약을 중심으로 화학 합성 의약품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한다. 셀트리온은 50여개의 신제품 R&D에 4조원을 투자하고 생산 설비 확충에도 1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기술에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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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은 원격 의료, AI 활용 의료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부문에도 10조원을 투자해 새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정진 회장은 “U-헬스케어(유비쿼터스 헬스케어·언제 어디서든 건강관리를 받는다는 의미)’ 분야 투자는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가 외부에서 유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원격 의료 등에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기존 기업의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R&D 인력 2000여명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생산 직원 8000여명 신규 채용도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부문 진출로 인한 10만여명의 간접 고용 효과까지 고려하면 11만명이 넘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회사는 기대했다. 서정진 회장은 “2000년 직원 6명 데리고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가 세계 1위 화이자에 도전장을 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삼성은 우리와 송도 바이오밸리의 양대 축”이라며 “(내가 삼성을 벤치마킹했듯이) 삼성도 다시 나를 벤치마킹해서 바이오 분야에 공격적 투자를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셀트리온의 투자 계획이 바이오산업 활성화의 신호탄이 되기를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 일부에서는 “셀트리온의 투자 목표는 매출의 폭발적 성장을 전제한 것으로 향후 업황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셀트리온이 최근 진출한 세계 1위 시장인 미국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하기 어려워 성공 여부는 아직 모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화학합성 의약품은 화학식만 알면 누구나 똑같이 만들 수 있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살아 있는 생명체로 만들어 후발 주자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렵다. 화학합성 의약품 복제약(제네릭) 개발은 2~3년에 200억~300억원이 들지만 바이오시밀러는 5~10년,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특히 생산설비를 갖추는 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인천=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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